[행복한 교육]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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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2 07:56  |  수정 2021-02-22 07:58  |  발행일 2021-02-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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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2월, 짧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봄방학을 맞이한 아들은 이제 자신이 세운 계획에 따라 공부할 순서와 방법을 정할 정도로 의젓해졌습니다. 5학년을 앞두고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도 부쩍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매사 자신만만한 아들이 수학 공부는 유난히 힘들어 합니다. 아시다시피 수학은 기본 원리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맞혔는데도 왜 엄마가 '답을 구하기 위해서 왜 그런 풀이법을 사용했는지'를 묻는지 궁금한 눈치입니다.

저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한 장면으로 예를 들었습니다. 깃털을 공중에 뜨게 하는 마법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론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헤르미온느를 못마땅해 합니다. 뭐든지 잘하는 헤르미온느가 "'레비오우사'지, '레비오 사아'가 아니야"라고 지적을 하거든요. 론은 "헤르미온느 정말 짜증나.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론은 수업을 마치고 해리 포터에게 헤르미온느에 대한 뒷담화를 하고 그 말을 듣게 된 헤르미온느는 큰 상처를 받지요.

친구들의 눈을 피해 헤르미온느가 화장실로 숨어 든 그 순간, 지하 감옥에서 탈출한 트롤로 인해 학교는 발칵 뒤집힙니다. 트롤은 하필 화장실로 들어가게 되고 헤르미온느는 위험에 처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 론과 해리포터는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라고 정확히 주문을 외워 트롤을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합니다. 론은 "저번에 네가 주문 알려줄 때 짜증 났었나봐.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덕분에 트롤을 물리칠 수 있었어"라고 말하지요.

'레비오 사아'가 아니라 '레비오우사'라고 정확히 말하는 것, 기본의 중요성을 아는 것은 공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나미노 다다하루의 책 '팬티 바르게 개는 법'은 바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삶의 기술'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일본 최초의 기술가정과 남자교사인 저자는 진짜 삶을 살기 위한 힘으로 '생활의 자립, 정신적 자립, 경제적 자립' 등을 이야기합니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책의 제목은 저자의 주장 중 바로 '생활의 자립'을 강조한 표현인데요. 자신이 먹는 밥을 직접 짓고, 빨래하는 법을 익히고, 자신만의 빨래 개는 법까지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생활적 자립을 이룬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다다하루 선생님이 제시하는 자립도 테스트 예시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스스로 일어나기, 밥을 지어 식구들에게 대접해 보기, 부모님의 월급 명세서를 들여다보고 가정 가계에 대해 인지하기, 자신의 용돈에 대한 생각, 아르바이트 상식과 보호법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 가족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 배우자에 대한 이상형 생각해 보기, '나의 100세'에 대한 계획 등인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하루를 자신의 힘으로 보내기 위해 그리 많은 시간과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하느라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제때 먹는 것도 힘듭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놓쳐버리고 있는 교육에 대해 힘주어 강조한 책의 내용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저자는 국영수 지식 이외의 힘을 갖추기 위해, 풍요로운 삶을 위해 꼭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목들을 '주요 세 과목'이라 부릅니다.

과연 '주요 세 과목'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체의 감성을 가꾸는 과목' '마음의 감성을 가꾸는 과목' '생활의 감성을 가꾸는 과목'입니다. 입시만을 위해 하는 공부는 반쪽짜리 공부입니다. 긴 인생을 염두에 두었을 때 놓쳐서는 안 되는 삶의 기본기를 갖추는 공부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진짜 삶을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김언동 〈대구 다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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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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