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사망 3세 여아 친모 검찰송치…딸, 부모 방임 속 세상 빛 제대로 보지 못해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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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1   |  발행일 2021-02-22 제6면   |  수정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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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된 구미 상모동 빌라. 주변에 어린이집을 비롯해 편의점, 미용실, 병원 등이 많았지만 숨진 B양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경북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영남일보 2월14·15일자 보도)을 수사하던 경찰이 친모 A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가운데 딸 B양이 숨지기 전 부모의 방임 속에서 세상 빛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구미경찰서는 지난 19일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에게는 살인 외에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아동수당법 위반(아동수당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정수령) 혐의가 적용됐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 밥을 챙겨주고 같이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A씨는 아이를 며칠씩 (집에) 혼자 두거나, 아이를 재우고 혼자 나가곤 했다"며 "방임 등의 혐의에 대해선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주변 사람을 조사한 결과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주변 사람은 이 사건에서 책임을 물을 단서가 전혀 없다. 그 사람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A씨 모녀가 살았던 빌라가 매우 열악했다는 점이 잇따라 확인됐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모녀가 산 빌라의 도시가스는 한겨울인 작년 1월에 공급이 중단된 데 이어 5월에는 전기마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 사망 시점이 작년 8월로 추정되는 점으로 미뤄 사망하기 전 3~7달 정도는 강추위와 무더위에 고스란히 방치됐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전기와 가스가 끊긴 상태에서 살기도 했다"며 "A씨에게 돈이 없어서 공과금 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B양은 부모의 방임으로 세상 빛을 거의 보지 못했다. 빌라에서 걸어서 불과 1분 거리에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B양은 다니지 못했다. A씨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대신 받을 수 있는 양육수당(매월 10만원)과 아동수당을 최근까지 꼬박꼬박 타냈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는 "요즘 부모의 80%는 아이가 두 돌만 지나면 어린이집에 보낸다. B양 소식을 알았더라면 어린이집에 보낼 것을 권유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빌라 옆 미용실 주인도 "A씨 모녀가 바로 옆에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이곳 주민들 대다수가 B양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A씨 집 아래 층에 살고 있던 친정 부모도 B양이 숨진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B양의 친부 역시 오래 전 집을 나가면서 딸을 돌보지 않았다. 이밖에 기자가 빌라 인근 편의점·병원 등 여러 곳을 수소문 했으나 A씨 모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한편 구미시는 위기아동 발굴을 위한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시에 따르면 현재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24개월 이상 아동은 1천500여명에 달한다. 시는 이들을 포함해 1만3천여명에 대한 학대의심아동 실태조사를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또 앞으로 매년 만 6세 미만 아동의 실제 거주 여부 등을 확인한다. 다음 달 중에는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동학대 예방 홍보 및 교육도 추진한다.


앞서 B양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구미 상모동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양의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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