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정신 사나운 뇌가 정상입니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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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2 07:44  |  수정 2021-02-22 07:47  |  발행일 2021-02-2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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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언젠가 한 방송에서 놀라운 기억력을 가진 이스라엘 사람이 출연하여 유대인 어머니들 대대로 전수하는 공부법을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소개한 공부법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우리나라 사회드라마 속 전교 1등 공부법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등장한 공부법은 (과장이겠지만) 책상을 설치한 건식 사우나 시설 같은 공간까지 동원하며 집중력을 높여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는데, 기억력 천재가 소개한 유대인식 공부법은 도리어 시끄럽고 불편한 환경에서 공부를 하도록 환경을 만든다고 합니다. 방송 당시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공부를 위해 집이나 도서실보다 카페를 더 선호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보니, 어쩌면 그 사람의 주장에도 근거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1년 2월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Douglas D. Garrett 박사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Neuron'에 발표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단서를 제공합니다. 효율적인 뇌활동을 위해서는 우리 예상과 달리 조용하고 정리된 환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신 사나운 환경을 더 선호한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뇌의 신경 활동은 리드미컬하게 정해진 규칙적인 형식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서 다음 순간으로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불협화음 같은 신경 가변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오래전에 발견되었지만, 지금까지는 단순히 무작위적인 뇌 활동 혹은 측정 오류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 정도로 간주하며 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Garrett 박사 연구진은 그간 소음으로 간주하고 무시했던 '신경 가변성'에 주목한 것입니다. 이미 이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신경 가변성과 인간 행동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였는데, 테스트를 수행하는 동안 뇌에서는 신경 가변성이 관찰되었고, 이 신경 가변성에 더 잘 적응하는 사람들이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뇌가 '신경 가변성'을 더 잘 조절할수록 새로운 정보를 더 잘 처리하고 반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우리 뇌가 최적의 인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순간순간의 신경 가변성을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쉽게 말하자면 우리 뇌는 무언가 하면 일단 정신이 사나워지는 것(신경 가변성)이 정상이고, 그 사나워진 정신을 잘 조절하는 능력이야말로 뛰어난 인지 능력이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최근 기사처럼 카페와 같이 어쩌면 좀 어수선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한 자리에 차분히 앉아 작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성이거나 당구대 위에서 작곡을 했다는 모차르트의 기행도 뇌 활동 중에 발생하는 신경 가변성을 조절하며 작업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학습법은 아닐까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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