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와일드 로즈' (톰 하퍼 감독·2018·영국)…컨트리 음악에 실린 꿈과 현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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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6   |  발행일 2021-02-26 제39면   |  수정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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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 내내 흐르는 컨트리 음악과 함께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법 잘 나가는 컨트리 가수인 로즈는 순간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다. 감옥에서 나온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10대에 낳은 두 아이는 어머니가 키우고 있다. 암울한 현실은 그녀에게 좌절감만 안기고 점점 어긋난 행동으로 주변을 당혹스럽게 한다. 컨트리의 본고장인 미국 내슈빌에 가 노래하고 싶던 그녀는 결국 꿈을 포기하고 가사 도우미로 취직하게 된다. 그곳에서 뜻밖에 주인 수잔나의 도움으로 방송국에 갈 기회를 얻는다.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내슈빌에 간 그녀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글래스고에 돌아온다.

작가 니콜 테일러는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노래할 땐 자신과 하나 되어 온전해지는 캐릭터를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빌리 엘리어트'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로, 로즈 역의 제시 버클리는 수준급의 노래 실력과 연기를 선보인다. BBC 방송국 오디션에서 준우승을 한 경력이 있다. 엄마 역의 줄리 월터스는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 선생님을 했던 명배우다.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탄탄한 각본이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컨트리 음악은 세 개의 코드로 진실을 말하는 음악"이라는 로즈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로즈의 노래 '글래스고'는 크리스틱 초이스 주제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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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자 "꿈을 꾸되 발을 땅에 착 붙이고 꾸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이 한 말이다. "글래스고가 아니라 내슈빌에 태어났어야 했다"던 로즈의 발은 늘 허공에 떠 있던 셈이다. 그녀는 내슈빌을 직접 밟아보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토록 도망치고 싶었던 글래스고에서도 꿈을 이어나갈 수 있음을. 그 후 직접 쓴 노래가 '글래스고'다. 그녀는 노래한다. "No Place Like Home"이라고. 바로 '오즈의 마법사' 대사다. 도로시가 그랬듯 "집만 한 곳은 없어요"라고 노래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 앞에서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와 눈물이 아름답다.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이자 철부지 여인이 성숙해가는 성장 영화다. 내슈빌에 가서 노래하고 싶다는 로즈에게 방송국 PD가 묻는다. 노래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던 그녀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다. 그 이야기가 바로 꿈과 현실이 만나는 곳이다. 이제 그녀는 안다.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찬란한 꿈도 한낱 백일몽일 뿐이라는 것을.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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