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트램·도시철도 역사" 유치전 치열...대구시 "여론으로 결정되지는 않아"

  • 정지윤
  • |
  • 입력 2021-02-24 09:49  |  수정 2021-02-25 08:57  |  발행일 2021-02-25 제6면
KakaoTalk_20210223_145807419_01
대구 서구 주민들이 트램 유치를 위해 현수막을 제작해 붙이고 있다. <영남일보 독자 제공>
KakaoTalk_20210223_145807419_02
대구 서구 주민들이 서대구로를 지나는 트램을 건설해달라는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일보 독자제공>

대구 곳곳에서 도시철도, 트램 등 '대중교통 인프라 유치전'이 잇따르고 있다.

교통 편의 제고와 지가 상승 등의 이유로 주민(기관)들이 유치전에 뛰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칫 '공공재'인 대중교통 관련 정책이 여론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대구 서구와 달서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트램 노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대구시가 진행 중인 '신교통시스템 도입 사전 타당성 조사용역'이 올해 상반기에 발표된다는 소식이 들리자, 주민들의 유치 움직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대구시 민원제안통합시스템 두드리소,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관련 민원을 올리고 있다.

대구 산업선 철도 건설사업과 관련해선 일부 지역 주민들이 '역사 신설'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달 11일 확정된 대구 산업선 철도 노선인 서재·세천역의 경우 신설되기 전부터 달성군 주민들이 역 유치를 위해 수많은 민원을 올리기도 했다.

'교통 인프라 유치 전쟁'에 있어 경북지역 대학들의 '대구도시철도' 유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학생들의 통학 편의, 신입생 유치, 대학의 접근성 강화 등을 위한 움직임이다.

대구대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을 위해 나섰다. 대구대는 지난 2019년 8월1일 부총장 직속기구로 대구대 지하철유치위원회를 설치해 △대구시, 경북도, 경산시, 영천시 등 유관 지자체와 상시적 지속적 협의 △ 대구도시철도 1호선 추가 연장 방안 논의 △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등 정부의 중장기적 교통망 계획에 포함되도록 요청 △ 경산시 대학발전협의회 등 지역 대학 모임 통해 대학 숙원사업 지속 건의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앞서 대구가톨릭대도 인근 대학들과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을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호선 연장이 결정되면서 대구가톨릭대를 비롯해 일부 경산 소재 대학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교통 인프라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편의성, 균형발전,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도시철도 개통 및 연장은 관련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 사례가 잘 보여준다. 대구 중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철역이 확정된다는 등의 소식이 들리면 인근 지역 아파트값 등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고 했다.

최근 학생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지역 대학 입장에서도 학생 유치와 대학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사력을 다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 유치전'이 과열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교통 약자나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교통 정책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신모(34)씨는 "주민이나 기관들이 자신들 생활과 밀접한 교통 인프라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대중교통 인프라의 경우 균형발전과 객관적인 수요예측 등을 고려해야 할텐데, 집단이나 정치적으로 활발히 목소리를 내는 지역에만 수혜가 돌아가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나 행정기관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여론에 의해 결정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한다.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는 "트램 노선, 지하철역 신설 등을 위해선 예비타당성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주민들의 민원이 많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한다는 원칙이 깨질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대중교통은 용역, 경제성 등을 분석해 필요한 위치에 설치하게 된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