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대성(경북도 경제부지사)...밀레니얼 세대와 중장년이 어울리는 경북을 꿈꾸며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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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8   |  발행일 2021-03-09 제21면   |  수정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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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경북도 경제부지사.

경북이 사라지고 있다. 대다수의 광역지자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긴 하지만 경북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해에만 2만6천여 명의 인구가 줄었다. 도내 인구 1%가 불과 1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특히 청년 순유출은 2만여 명에 이르러 '인구절벽'은 현실화 되고 있다.


경북은 '화랑정신''선비정신''호국정신''새마을정신'을 4대 정신으로 규정해 오랫동안 계승·발전시켜 왔다. 경북의 4대 정신은 우리 존재의 밑바탕이자, 정체성을 세워주는 소중한 뿌리다. 하지만 뿌리가 굳건하다고 해서 나무에 무성한 잎과 열매가 저절로 달리지는 않는다.
나무 뿌리가 4대 정신이라면 기둥은 청년이다. 무성한 잎과 달콤한 열매는 우리가 거둘 미래다. 이것이 청년층을 두텁게 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은은 교통·주택 전통적 요소에 이끌리기보다는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장소에 모인다. 즐거움과 함께 개방성·포용성·어울림 등 무수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보장되는 곳에서만 이 욕구는 채워질 수 있다.


그간 경북도는 청년정책과 함께 조직정비에 힘쓰면서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뛰어왔다. 고령화율 41.1%, 지방소멸위험지수 1위인 의성에 조성하는 이웃사촌 시범마을이 대표적이다. 청년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거주공간을 마련했고 스마트팜·청년괴짜방·골목정원·문화공방·출산통합지원센터 등을 조성해 다양한 청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현재 82명의 청년이 이 지역에 전입해서 살아나는 마을로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정책의 획기적 성과를 위해 지난해에는 청년정책관실을 신설했다. 또 일자리·주거·문화·복지·소통 등을 위한 청년 지원 예산도 지난해 1천770억원에서 올해는 2천3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코로나19로 재정적 여유가 없는 상황 속에서도 청년만은 지켜내야 한다는 필사의 각오로 마련한 예산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버둥을 쳐도 청년은 줄어가고 있다. 이전과 같이 대응해서는 안 된다. 이제 청년의 유입을 위해 도민 모두가 변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아울러 고향 땅 경북을 떠나 타지에 살고 있는 중장년을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그들만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북의 DNA를 갖고 타지에서 살고 있는 중장년층의 '역'디아스포라다.


경북은 명실공히 귀농귀촌 1위의 지역이다. 중장년층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정원을 의미하는 클라인가르텐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서 친환경 전원생활을 돕고, 현대인들의 피로도를 치유할 수 있는 치유농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맛집에 전국의 사람들이 몰리듯 경북도는 '정책 맛집'으로 거듭나기 위해 분주히 뛸 것이다.


다문화에 대한 자세도 보다 개방적, 포용적으로 변해야 한다. 저출산을 극복한다 치더라도 인구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지자체간 인구 경쟁도 결국 국가적으로 보면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기존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와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이민 정책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중요한 것이다. 다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때에 비로소, 인구 절벽의 위기는 극복 가능한 문제가 된다. 문화와 문화가 결합하는 '혼종 문화(hybrid cultures)'를 통해 세계를 이끄는 문화를 창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덤으로 갖게 되는 경쟁력이다.


리처드 플로리다의 '시와 창조계급'에 따르면 지역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는 관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토대로 개방성·포용성과 모든 민족·인종·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다양성이 확보된다. 경북이 도약하려면 이러한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고리타분·폐쇄성·배타성·체면치레·권위 의식과 같이 관용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과감히 내던져 버릴 때다. 인식을 바꾸는 일이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가 지역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한 번 해보자. 우리가 바뀌면 경북도는 다시 살아난다.


하대성<경북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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