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지구의 눈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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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07:44  |  수정 2021-03-01 07:45  |  발행일 2021-03-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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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대구교대 교육학과〉

나이가 들어 남성 호르몬이 줄어서 그런지 요즈음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누가 울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온다.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사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남자는 평생 딱 세 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배웠다. 그렇지만 모든 눈물은 고귀한 것이다. 눈물은 머리(知)가 아니라 가슴(感)이 공명하여 흐르기 때문이다.

눈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소위 문명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에게 눈물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눈물은 우리가 가진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무엇인가 우리의 가슴을 걷잡을 수 없이 휘저어 놓을 때, 무엇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담고 있을 때, 바로 그때 눈물이 흘러나온다. 눈물로 가득 찬 눈은 진리를 볼 수 있다.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은 이 삶의 아름다움과 축복을 볼 수 있다.

또한 오직 눈물에 젖은 눈만이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갈기갈기 찢겨가는 세계의 혼(anima mundi)이 울부짖는 소리를 볼 수 있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는 지구는 지금 지진, 쓰나미, 홍수와 폭풍, 전대미문의 폭염과 가뭄을 통해 그 극단적인 불균형의 신호를 우리에게 보내며 울부짖고 있다.

태평양을 점차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는 후쿠시마 원자로가 폭발할 확률은 천만 분의 일이었다고 한다. 또 지구가 더워지는 속도는 히로시마 원폭 40만 개가 매일 폭발하여 그 열이 더해지는 속도라고 한다. '기후대전'이라는 책에서 미국과 영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인류문명이 앞으로 7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65만 년간 300PPM 이하였지만 매년 2PPM씩 증가, 이 속도라면 2037년에는 450PPM, 2070년에는 530PPM에 도달할 것이다. 그 정도면 당시 예상되는 세계 인구 90억명 대부분이 죽을 수밖에 없다. 금성도 처음에는 지구와 비슷한 화학적 조건이었지만, 땅속의 모든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450℃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생명신학자 래리 라스무센은 지구는 단순히 생명의 자궁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몸이며, 우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지구에서 왔기에 지구는 내 '살 중의 살이며 뼈 중의 뼈'라고 하였다. 틱낫한 스님은 지구는 수많은 성인을 태어나게 했을 뿐 아니라 더러운 오물들을 받아 온몸으로 정화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보살이라고 하였다. 또 그는 인류를 곡식 몇 알을 놓고 다투지만 몇 시간 후에는 모두 죽게 될 것을 모르는 닭장 속의 닭과 같다고 하였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생태 위기는 우리 자신이 만물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을 때 슬픔과 비통과 분노가 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는 것을 보고 슬퍼하거나, 애팔래치아 산맥이 석탄 채굴로 벗겨질 때 비통해하거나, 후쿠시마 원자로 냉각수를 태평양에 버리려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진화적 성숙도의 척도다. 이러한 슬픔과 비통, 분노를 통해 우리는 자아(ego)에서 벗어나 생태계(eco)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에고가 에코로 바뀌는 것은 획기적인 도약이다. 노자는 '나에게 몸이 없다면 어떻게 병을 앓겠는가?'라고 하였다. 암이나 결핵이 병이 아니다. 분리 독립된 나(個我)가 따로 있다는 미숙한 의식이 병이다. 자연을 사랑하거나 깊은 영적 체험을 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감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과 친근함을 느끼고 온갖 종류의 식물과 동물을 보며 기뻐하고 매혹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진화는 영적 진화의 반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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