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20대 엄마와 비극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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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  발행일 2021-03-01 제23면   |  수정 2021-03-01

지난달 10일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의 엽기적인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숨진 여아의 사망 원인은 미상으로 뼈가 부러진 흔적은 없다'라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대 엄마가 딸을 장기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고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방임), 아동수단법 위반(아동수당 부정수령), 영유아보육법 위반(양육수당 부정 수령)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이틀 전 8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 숨지기 전까지 14일간 수시로 폭행을 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두 사건 용의자 모두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사라져 가는 20대 부모라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엄마가 낳은 아이는 전체 출생아 27만2천400명의 22.1%인 6만200명뿐이다. 1990년 20대 엄마가 낳은 아이는 52만4천411명(80.7%), 2000년 40만4천592명(63.2%), 2005년에는 20만8천711명(47.6%)으로 20대 엄마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2010년에는 17만1천735명(36.5%), 2020년에는 22%대까지 추락했다. 30년 전까지 출생아 10명 중 8명의 엄마가 20대였으나 지금은 10명 중 2명만 20대 엄마가 아이를 낳는 셈이다.

젊은 엄마가 갈수록 감소하는 현실에 20대 부모에 의한 패륜적 아동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새로 떠오른 사회병리현상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이제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법률 강화나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에서 벗어난 만큼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명 경시 풍조나 20대 엄마가 양육으로 겪어야 하는 구조적인 아픔과 어려움도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대 엄마는 우리나라가 아닌 먼 별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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