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나물 '눈개승마'를 아시나요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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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  발행일 2021-03-03 제12면   |  수정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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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에서 눈개승마를 출하한 한상철·김종연씨 부부.


"눈개승마 맛보실래요."

지난달 18일 경북 성주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눈개승마를 출하해 화제다. 성주군 수륜면 한상철(65)·김종연(64)씨 부부는 보통 농가의 출하 시기보다 40일 정도 빠른 이 날 눈개승마를 처음으로 수확했다. 아직 수확 초기인 데다 날씨에 민감해 수확량이 많지는 않지만, 물량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부지런히 싹을 틔우는 나물. 눈을 뚫고 자라나서 '눈개승마'라 이름 붙은 이 나물은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나물 중 하나다.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인삼, 두릅, 고기 맛이 난다고 해서 '삼나물'이라고도 한다. 울릉도와 깊은 산속에서 자라며 3월 말에서 4월 여린 순이 올라오는 제철이다. 맛과 향이 뛰어나고 영양소도 풍부해 으뜸가는 봄나물로 손꼽힌다. 신선한 쌈 채소로 먹거나 살짝 데쳐 먹을 때 고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으며 초절임과 산적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육개장이나 비빔밥에는 고사리 대용으로도 쓰인다.

한씨가 참외의 주생산지인 성주에서 이름마저 생소한 눈개승마를 재배하게 된 사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퇴직을 앞두고 우연히 접한 언론에서 눈개승마에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37년 농협에서 실무자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파악하기 시작했다. 현대인은 건강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눈개승마가 봄나물로 풍미가 좋아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하는 채소로 적합하다는 점에 착안해 재배하게 됐다.

출하시기를 앞당겨 농가 수익을 올리는 방법으로 하우스 시설재배가 떠올랐다. 이에 한씨는 2018년 3월 330㎡의 하우스 2동을 설치했다. 울릉도에서 종자를 구입하고 육묘장에 발아를 의뢰했다. 육묘장에서 2개월 키운 모종을 하우스로 옮겨 4개월을 더 키웠다. 모종포트에서 6개월 자란 모종은 겨우 3~4cm 정도였다. 핀셋으로 관리할 만큼 여리고 섬세한 모종은 그해 10월 정식했다.

지역에서 처음 재배하는 작물이라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다. 하우스 재배 농가가 없어 견학도 조언도 들을 수 없었다. 오직 혼자서 다양한 방법과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보낸 3년. 노력과 시간은 헛되지 않았고 마침내 하우스재배 성공으로 첫 출하가 시작되었다. 울릉도나 고산지대에서 노지재배 하던 것을 하우스재배로 출하 시기를 앞당긴 한씨는 내년에는 1월 출하를 준비 중이다.

눈개승마는 상추나 배추처럼 그해에 수확 가능한 식물이 아니다. 식재 후 3년 정도 지나면 채취할 수 있다. 한씨는 올해가 첫 수확이다. 땅위로 한 뼘 정도 보드랍고 연한 새순이 돋아났다. 어린 순이 올라오는 지금이 딱 먹기 좋은 출하 시점이다.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고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 볼수록 예쁘고 신기하다.

한씨의 눈개승마는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하고 있으며, 진열대 위에 조리법을 안내해 놓았다. 생소한 이름만큼 건강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진다.

한씨는 "인근에 재배단지가 없어 구입이 어려웠던 눈개승마. 울릉도 관광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는 나물. 3년 동안 묵묵히 관찰하고 기다리며 정성을 쏟은 결과 수확의 결실을 보게 되어서 기쁘다. 출하 시기를 앞당겨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이 봄의 향기로 기분 전환이 되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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