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대구 성서 갈산 인근 마을 유래비 눈길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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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  발행일 2021-03-03 제12면   |  수정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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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공원 내 신당동 당산나무와 유래비

대구 성서 한 가운데 갈산이 있다. 갈산을 중심으로 반경 2㎞ 내에 10기가 넘는 마을 유래비가 있다. 특정 지역에 이처럼 많은 마을 유래비가 있는 예는 전국적으로도 드물다. 20~30년 전만 해도 성서는 속칭 '살미들'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하지만 1984년에서 2012년까지 5차에 걸친 성서산업단지조성사업으로 성서는 옛 모습을 잃었다. 남쪽은 공단, 북쪽은 관공서와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신도시가 들어선 것이다.

성서에서 제일 먼저 공단에 편입된 옛 마을은 갈산 남동쪽 망정마을이었다. 1987년 망정주민들은 정든 고향을 떠나 인근 이곡동으로 집단이주를 했다. 이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잊지 말자며 옛 마을 터에 '망정부락 유적비'를 세웠다.

1992년 조성된 이 비를 시작으로 이후 신당동 유래비(1994년), 선원마을 유래비(1995년), 갈미 유허비(1996년), 사령봉 유래비(1997년), 월암부락 유적비(1998년), 배실마을 유래비(1999년), 호림동 유래비(2004년), 파호동 유래비(2009년), 밤못마을 유래비(2010년), 파산동 유래비(2011년)를 비롯해 김해허씨 세거장비, 성주도씨 서촌세거지비 등이 세워졌다.

고향을 떠난 주민들이 합심해 세운 마을비에는 지명유래, 마을역사, 주민성씨, 이향(離鄕) 사연과 비를 세운 이유 등이 새겨져 있다. 일부 비에서는 지금은 사라져 불리지 않는 옛 지명이나 지역에서 전해져 오는 속담, 전설 등도 확인할 수 있어 사료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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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유래에 등장하는 여우 석상을 갖춘 호림동 유래비


비문에 등장하는 성서 옛 지명들은 하나 같이 정겹기 그지없다. 뒷솔밭, 배양골, 불미골, 샘골, 양지골, 살미들, 원덩, 하살미, 한들, 새개, 망상굼, 오랫들, 개상덤, 우뚬, 잘래기, 알뜸, 등거티, 배꼽덤, 반송 등이다. 속담은 "자인 경산 오는 비가 신당 서촌 아니오리.", "이 고장에서 자란 처녀들은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 못 먹고 간다.",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 담는다." 등 옛 성서 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신당, 월암, 배실, 호림, 파호 마을비는 마을수호신이 깃든 옛 당산나무 곁에 세워져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갈미 유허비에 '이향탄'이란 시를 남긴 갈미 주민 조영창씨(전 달서구문화원장)는 "마을이 완전히 사라진 곳은 유적비 또는 유허비로, 흔적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곳은 유래비로 이름 붙였다"면서 "마을비가 오랫동안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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