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정월대보름 맞아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남·북리 당상제 "조촐하지만 경건하게..."

  • 이외식 시민기자
  • |
  • 입력 2021-03-02   |  발행일 2021-03-03 제12면   |  수정 2021-03-09
2021030201000068900001731.jpg
지난달 26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남·북리 마을원로 5명이 마을 산중턱에 자리한 성황당에서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비는 당상제를 올리고 있다.
"천왕당님이시여 부디 마을이 평안하옵고, 횡액과 역병으로부터 마을을 지켜 주시옵고, 세상이 평온하기를 비옵니다. 소찬이오마는 환희 봉양하옵시고 금년에도 부디 안가 태평하옵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주민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사르면서 제관과 마을 원로(박상택·76)의 읊조리는 나지막한 기도소리는 떨고 있지만 사못 경건하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지난달 26일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남·북리는 제관을 비롯한 마을원로 5명은 경건하게 당상제를 올렸다. 마을 동쪽 산중턱에 자리한 성황당에서 양 마을의 수호신인 천왕당에게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의미를 더했다.

코로나19 재앙으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칙을 따르면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러 예년과 달라 아쉬움을 더하기도 했다.

예년 같으면 당상제를 마치고 풍물단을 앞세워 마을을 순례하며 소통과 화합의 마을대동제 지신밟기로 한 해를 시작했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해 주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상제는 원시신앙인 토테미즘에 뿌리를 둔 민간신앙으로서 우리 민족의 원초적 기복신앙의 발현으로 풍년을 기원하고 무병재액(無病災厄)을 비는 마을공동체적 제례의 하나다. 남·북리 마을 당상제 기원은 정확한 고증은 없지만 마을 원로들에 의하면 대략 400년 이상 전래되었으리라 추정된다.

천왕당은 대구시 민속자료 제5호로 지정돼 있다. 건물 내의 산제당이건기(山祭堂移建記)에 의하면 1853년 3월에 천왕당을 건립해 1924년 주민들이 남리 입구에 있는 천왕당을 현 위치로 이건했다고 한다. 이곳 천왕당은 누(樓)의 형식으로 측면과 배면에는 자연석 돌담으로 둘렀으며 주위에는 노송이 둘러싸고 있고 특히 장대한 고사목(枯死木) 두 그루는 용틀임하듯 한 자태로 성왕당을 내려보고 있어 신령스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대개 당상제 목적은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지만 이 마을은 비슬산 기슭과 닿아 있어 옛날에는 산짐승의 출몰 등으로 피해를 막기 위한 기원도 함께했다고 한다.

박태일 남리 노인회장에 의하면 이곳 천왕당은 영험있는 마을 수호신이라고 옛사람들은 굳게 믿었다고 한다. 작은 마을인 남리에서 법관 3명을 비롯해 남·북리에서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것이 모두 천왕당에서 치성을 드린 결과라고한다.

6·25전쟁 때 이 지역에서 낙동강을 보루로 피아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자 위험을 느낀 주민들이 천왕당 주변으로 피신해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었다고 한다. 또한 가뭄·홍수 등 자연재해를 비롯해 큰병에 시달릴 때나 자식을 갖지 못하는 아낙네들이 이곳에서 치성을 드려 천왕당의 가피(加被)도 입었다고 한다.

이번 당상제를 주관한 남리 리장 이순조(56) 제관은 "달성1차산단 조성으로 현대화에 밀려 옛 모습은 물론 세시풍속조차 멀어졌지만 옛것을 익혀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지역 전통문화를 아끼고 계승 발전에 힘을 아끼지 않겠다"고 애향심을 드러냈다.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