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명필이야기 .12] '초성(草聖)' 장욱…현란함 속에 담긴 예술적 품격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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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4 07:56  |  수정 2021-03-04 07:58  |  발행일 2021-03-04 제17면
술 좋아해 '주중팔선' 불려
머리카락에 먹 묻혀 쓰기도
간단하지만 추상적 線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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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고시사첩'(부분).

'장욱은 초서를 잘 써서 다른 기술은 다루지 않았다. 기쁨과 성냄, 군색과 곤궁, 우울과 슬픔, 즐거움과 편안함, 원한, 사모, 취함, 무료, 불평 등 마음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반드시 초서로 이를 발현해 내었다. 사물을 관찰하거나 산수와 기암계곡, 새와 짐승, 벌레와 물고기, 초목의 꽃과 열매, 일월과 별자리, 바람과 비, 물과 불, 천둥과 벼락, 노래와 춤, 싸움 등 천지만물의 변화를 보며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것을 모두 글씨에 담았다. 그러므로 장욱의 글씨는 귀신같이 변하여 움직이며, 실마리와 끝을 잡을 수 없다. 이렇게 그 몸을 다하고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한유가 장욱(張旭·675~750 또는 658~747)에 대해 남긴 글이다. 장욱은 중국 당나라 현종 시절 서예가로, 특히 초서를 잘 써 '초성(草聖)'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장쑤(江蘇)성 출신인 그의 작업 방식은 매우 특이했다. 1060년 송나라가 편찬한 당나라 역사책인 '신당서(新唐書)'는 그에 대해 '그는 술을 좋아해 항상 크게 취하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미친 듯이 달려가 글씨를 썼다. 어떤 때는 붓 대신 머리카락에 먹물을 묻혀 글씨를 쓰기도 했다(嗜酒 每大醉 呼叫狂走 乃下筆 或似頭濡墨而書)'라고 기록하고 있다.

술을 남달리 좋아한 그는 하지장, 이진, 이적지, 최종지, 소진, 이백, 초수와 더불어 '주팔선인(酒八仙人)' '주중팔선(酒中八仙)'이라 불리었다. 두보의 시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는 장욱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장욱은 석 잔 술에 초서 성인으로 전하네/ 모자 벗고 맨머리로 왕공들 앞에 나아가/ 종이 위에 붓을 휘두르면 구름과 연기 일어나는 듯하네(張旭三杯草聖傳 脫帽露頂王公前 揮毫落地如雲煙)'

당시 사람들은 이백의 시와 배민(裵旻)의 검무(劍舞), 장욱의 글씨를 '삼절(三絶)'이라고 불렀다.

안진경(709~785)은 '내가 젊었을 때 장욱을 만나 여러 번 감격함을 입어 필법을 전수했지만 나의 자질이 못나고 약했다. 또한 사물의 업무에 매여 열심히 연습할 수 없어서 마침내 이루어짐이 없었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그리고 글씨에 대해서는 '장욱은 비록 성품이 방자하고 미친 듯하나 서법은 극히 법도에 맞았다(張長史雖恣性顚佚, 而書法極入規矩也)'라고 했다.

'광초(狂草)'라 불리는 그의 초서 필법은 과장의 묘가 남다르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추상적인 선으로 현란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특별한 예술미를 선사한다. 그의 광초는 높은 수준의 예술적 품격을 지니며, 천변만화를 다하고 오묘한 경지에 도달하였기에 사람들로부터 '초성'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었다. 주요 작품으로 '고시사첩(古詩四帖)' '두통첩' 등이 있다.

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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