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불공정의 화룡점정 '가덕도 특혜법'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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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4   |  발행일 2021-03-04 제22면   |  수정 2021-03-04
票心 겨냥한 정치공학 산물
입지 평가 꼴찌의 어문 부활
사업 골격도 없이 날림 입법
계속 우려먹을 득표 화수분
'가덕에 의한' 선거 이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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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24시간 운항 가능한 관문공항이 필요하다." 2017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후보가 날린 멘트다. 이 말 속에 가덕도 신공항의 복선(伏線)이 깔려 있다. 24시간 운항? 김해공항은 민군 겸용공항이어서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다. 관문공항? 김해공항은 확장해봐야 관문공항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엔 가덕도 신공항의 밑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었던 거다. 2018년 정부의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는 가덕도 인근까지 연결된다. 가덕도 신공항 구상이 장기적 포석이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덕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퍼즐은 완성됐다. 특별법은 일반법과 충돌할 때 우선 적용되는 만큼 일반법보다 상위법이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적용되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기존 법령의 장애를 받지 않는다는 특별법의 취지만 살렸을 뿐 내용이 곡진하고 정갈하다. 하지만 가덕도 특별법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비 국가재정 지원 등 온갖 특혜를 다 담았다. 31개 법안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특별법 11조는 압권이다. 그야말로 '가덕도 특혜법'이다.

가덕도 특별법을 구체화한 시기도 미묘하다. 4·7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부산의 표심(票心)을 얻으려 했다는 건 상식이다. 더 내밀한 공작 논리가 엿보인다. 2년 전쯤 가덕도 특별법을 꺼냈다고 가정해보자. 대구경북의 대응은 당연히 영남권 신공항 원점 재검토였을 터. 꼴찌 등급 가덕도를 위한 특별법이 가당키나 했겠나. 한데 지금은 밀양 신공항을 주장하기엔 대구경북신공항이 너무 멀리 와버렸다. 속된 말로 '빼박 캔트'다.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상황. 영남권 신공항 입지 원점 재논의가 대구경북의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동력을 얻지 못한 이유다.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의 공력은 신묘하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입지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던 곳이 어엿이 특별법 날개를 달다니. 최소 10조원, 최대 28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다는 의미다. 'Well begun is half done'이란 서양 속담이 있다. 우리 속담 '시작이 반이다'와 비슷하지만 더 합리적이다. 잘 준비된 시작이라야 한다는 뜻이다. 한데 가덕도 특별법은 사업의 골격도 정하지 않은 채 날림으로 급조했다. '묻지마 입법'의 전형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역사상 가장 정치공학적 인프라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 역시 고도의 정치행위다. "선거 운동"이란 야당의 비난에 청와대는 "오래전 정해진 일정"이라고 반박했다. 다들 그렇게 말한다. 불륜을 '부적절한 관계'로 순화하는 것처럼. 이런 걸 점잖은 말로는 윤색이라 하고 저급하게는 마사지한다는 표현을 쓴다. 미리 정해졌더라도 선거 밑이라면 취소했어야 마땅하다.

하기야 문재인 정부의 불공정 행위와 편법이 이번뿐이랴.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차원이 다르다. 남부권 신공항, 제2 관문공항의 백년대계를 뒤틀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의 지적대로 가덕도 특별법은 '선거가 만든 괴물'이다. 게다가 가덕도 이슈는 4·7 보선 한 번으로 끝나는 일과성 이벤트가 아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을 포함해 신공항 완공 때까지 10년간 우려먹을 수 있는 득표(得票) 화수분이다. 개항 후에 공치사하는 재미는 또 얼마나 쏠쏠할까.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선 '가덕을 위한, 가덕에 의한, 가덕의' 선거가 이어질 것이다. 가히 불공정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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