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나무를 심은 사람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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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  발행일 2021-03-05 제14면   |  수정 2021-03-05

천미정

우연한 기회에 난 이 책을 품고 따뜻한 차 한 잔 곁에 두고 읽다 차가 싸늘하게 식은 줄도 모를 만큼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사람의 외로운 노력으로 프로방스의 황무지가 거대한 숲으로 바뀐 기적 같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어느 날 내게 찾아 든 힘든 순간, 나 또한 척박한 곳 길거리에서 작은 노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겨울에는 추위로, 여름에는 더위로 고통을 온몸으로 받으며 수공예 작품을 하나하나 만들었다. 제각기 다른 빛으로 반짝이는 보석들이 잘 어우러지게 자리를 찾아주며 팔찌를, 반지를, 목걸이를 만들었다. 나는 그 순간이 행복했고, 감탄하며 작품을 사가는 이들에게 감사했다. 도토리가 싹을 틔워 너도밤나무 열매가 되는 것처럼 작은 것들을 엮고 열매를 만들어 누군가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양치기 노인의 행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그렇게 나는 장애 자녀를 안고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희망 하나로 18년이란 긴 시간 길거리에서 묵묵히 보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소통과 어울림으로 보낸 시간이 날이 갈수록 나 자신과 다른 이에게 치유의 경험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나 자신도 나무를 가꾸듯 세월 속에서 함께 자랐다.

요즘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거나 성급하게 결과를 바라며 살아간다. 힘들어도 한 번쯤은 미래를 내다보고 힘겨운 지금 이 순간이 여리디여린 뿌리가 단단한 흙 땅을 뚫고 자리를 잡는 과정이라 생각하기 바란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울창한 숲이 되며 그 숲에 사람들이 찾아와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길 소망한다.

또 나에게 바란다. 큰 나무같이 우직하고 끈기와 인내로 세상과 부딪치며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나였기를…. 책을 읽으며 내가 그와 닮아있길 바랐다.

천미정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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