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우미 (젠더와마음성장연구소 대표)...여성리더를 위한 파이를 키우자

  • 차우미 젠더와마음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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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7   |  발행일 2021-04-07 제25면   |  수정 2021-04-07 08:11

차우미
차우미 〈젠더와마음성장연구소 대표〉

프랑스의 남녀동수법안이 2011년 개정된 이후 실제 성과를 거둔 것은 2017년 마크롱 정부 출범이후다. 지금은 프랑스 민간기업 이사의 40% 이상이 여성으로 포진되어 있고, 전체 국회의원의 46%인 223명이 여성의원으로 구성이 되었다.(이은주·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동수공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정부 개각에서 여성 장관의 수는 18명 중 5명(27.7%)에서 3명(16.6%)으로 줄었다. 청와대의 전직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십이나 평판, 역량을 갖추고 있는 '준비된 인재풀' 자체가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다. 청와대는 여성 장관을 원하지만 오히려 '여성 인재풀 부족',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고한 유리천장'이 여성 장관 임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직 여성의원은 여성 유권자를 생각해서라도 더 많은 여성들을 등용하고, 정부의 "남성 카르텔'을 깨나가야 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오마이뉴스. 2021년01월25일)

정책과 예산의 수립에 있어 입안자의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대표성 확대는 매우 중요하다. 특정 집단이나 성별의 의견만 정부에 반영되는 것은 편항된 정책과 양극화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남녀동수 법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정부와 모든 주체는 모든 정책 및 프로그램의 결정과 실행 평가의 각 수준에서 양성 차별과 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여성과 남성 모두의 이해와 경험을 반영하여야 한다는 것이 성 주류화의 주요 내용이다. 1985년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3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처음 제창되었고, 1995년 제4차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베이징 행동강령의 기반이 된 성 주류화는 한국사회의 주요 젠더과제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은 그런 의미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한편 대구시의 경우 고위공직자 중 여성비율은 2016년 12.5%에서 19%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여성인구비율은 전국평균보다 0.5%, 여성1인가구비율 3.5% 많은데 비해 성별임금격차, 경력단절 여성비율은 전국평균보다 높고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평균보다 낮다.(대구여성가족재단. 2020년)

그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부문에서 여성 임원의 비율은 매우 적다. 그나마 적은 자리마저 고착되어 있어 새로운 인물이 자기역량을 발휘할 기회마저 제한되어 있다. 저출산 인구절벽의 가속화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것은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경력단절을 염려하지 않고 경제적 주체로서 여성 노동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여성과 약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는 국가정책과 일상의 실천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할 우리 사회의 미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리더가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적은 기회 안에서 여성들끼리 경쟁할 것이 아니라 여성이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내야 한다.

위축되고 고립되고 있는 대구지역의 변화를 위해서도 여성인재의 등용과 확장은 시대적 요구다. 고여 있는 물은 더 큰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열어주고, 새 물이 흘러들 수 있도록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대구시의 여러 지명직 인사를 앞두고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차우미 〈젠더와마음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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