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뇌도 좋아하는 트로트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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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5   |  발행일 2021-04-05 제13면   |  수정 2021-04-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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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 일상을 모두 빼앗아버렸습니다.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질병에 대한 공포만큼 우울증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한 TV 오디션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를 들으며 우울증을 이겨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TV조차 흔치않았던 과거에 라디오 심야음악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암울한 시기를 견뎌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노래가 사람에게 위로를 준 것은 이번 경우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정말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또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음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일까요? 지난 3월 캐나다 McGill 대학의 Robert Zatorre 교수 연구진이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청각 회로와 보상 회로 사이의 소통덕분에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게 된다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뚜렷한 생물학적 이익이 없는 음악을 왜 사람들이 그토록 즐기는지 그 과학적 근거가 잘 밝혀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팝송을 듣게 하면서 fMRI(기능적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 그 사람들의 뇌신호를 측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뇌영상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음식과 돈 그리고 술과 같은 것을 즐길 때 작동하는 뇌의 보상회로가 음악을 들을 때도 유사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연구팀은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장치를 이용해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 전에 미리 뇌의 보상회로를 흥분시키거나 억제시켜보았는데, 음악을 듣기 전에 보상회로를 흥분시킨 사람들은 음악을 들을 때 즐거움이 배가되었고 보상회로를 억제시킨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반감되었습니다.

실제 이렇게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변화시키는 곳은 우리 뇌 속 보상 회로의 핵심 영역인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었습니다. 또한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사람들의 경우, 뇌 속에서 청각을 처리하는 영역과 보상 영역 사이의 동기화된 활동에서도 가장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즉 청각과 보상 영역 사이의 상호작용이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죠.

그런데 이 연구를 진행한 Zatorre 교수가 근무하는 연구소 이름이 'International Laboratory for Brain, Music, and Sound Research'인데 약자로는 'BRAMS'입니다. 그래서 향기박사는 Zatorre 교수는 연구 중에 받은 스트레스를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트로트 대신에 브람스의 음악을 들으면서 풀지 않았을까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 4차 유행까지 걱정하는 힘든 시기지만, 오늘도 트로트를 들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줄 '찐찐찐찐, 찐백신'을 기다려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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