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op.64

  • 김지혜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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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  발행일 2021-04-09 제37면   |  수정 2021-04-09 08:40
세련된 형식과 낭만적 선율…연주자와 6년간 소통하며 만든 명작

멘델스존
멘델스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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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1845년 3월13일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와 음악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작품이다. 멘델스존은 친구였던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드 다비드에게 '이 곡의 주제 선율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 다른 일을 생각할 수조차 없다'라고 했고, 작곡가의 정신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이 작품은 1838년부터 6년의 시간을 거쳐 완성되었다. 멘델스존은 작곡 과정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와 여러 차례 의견을 나누었고 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이 작품을 완성해 '작곡가와 연주자의 협업'의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

멘델스존과 다비드는 같은 함부르크 출신으로 한 살 터울의 친구였다. 멘델스존의 가족은 1813년 함부르크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했고, 다비드는 1826년에 베를린에 있는 Konigstadtischen 극장의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게 되며 두 사람은 처음 만났고 평생 좋은 친구가 된 것이다. 멘델스존은 작곡가이자 또 지휘자로, 다비드는 발트해 연안의 도시들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주 투어에서 성공을 거두며 바이올리니스트로 각광받게 되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지휘자가 된 멘델스존은 1835년 다비드를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추천해 두 사람은 지휘자와 악장으로, 작곡가와 연주자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당연히 다비드의 바이올린 연주로 초연되었지만 당시 건강이 악화된 멘델스존 대신 닐스 가데가 지휘를 맡았고 7개월 후인 1845년 10월에 멘델스존이 지휘자로 다비드와 협연했다. 이 작품은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되는 1악장, 독일의 작곡가 슈만이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찬사를 보낸 2악장, 어린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시작해 바이올린 테크닉의 화려함으로 마무리되는 3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멘델스존의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멘델스존은 어릴 때부터 모차르트와 비교될 만큼 뛰어난 음악성을 보였다. 그의 아버지는 부유한 은행가였고 또 음악 애호가였다. 1821년부터는 거의 매주 일요일 자신의 집에서 살롱 음악회를 열었고 멘델스존은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과 자신이 작곡한 작품들을 연주했다. 그 자리에는 멘델스존의 스승인 작곡가 젤터, 작가 괴테, 지리학자 훔볼트 등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는 작곡에 몰두했고 14세 때 피아노와 오르간곡, 노래극, 수십 개의 성악곡, 8개의 현악 교향곡 등을 완성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현악8중주 op.20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붙인 서곡 등 모두 10대 때 완성된 작품들이다.

20대의 멘델스존은 본격적으로 바하, 헨델, 모차르트 등 바로크와 고전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대위법적인 기술, 음악적인 균형과 대조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구성 등 과거의 음악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발전시켰고 거기에 낭만적인 선율과 표현, 훙미로운 리듬을 결합시킨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런 뛰어난 형식미와 낭만적인 정서는 멘델스존 음악의 큰 특징이다.

멘델스존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쌓아갔다. 베를린 대학에 입학해 슐라이어마이허에게 신학 이론을, 헤겔에게 종교 철학과 미학을 배웠는데 특히 헤겔의 미학적 관점은 멘델스존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음악은 특별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는 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음악이 구성하는 것들과 인간의 정신이 구성하는 것들 사이에 있는 유사성, 즉 '순수한 자아'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헤겔의 주장은 멘델스존의 음악적 견해와 비슷하다. 음악 애호가인 마크 안드레 수체이가 멘델스존의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했고 멘델스존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답변을 남겼다. " 사람들은 대개 말은 누구에게나 이해되는 데 비해 음악은 너무 모호하며 들을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불분명하다고들 불평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정반대입니다. 제게는 오히려 말이 너무나 모호하고 뜻을 한정짓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비해 음악은 말보다 천 배는 우리의 영혼을 더 잘 채워줍니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이 내게 표현하는 바는 너무도 분명합니다."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던 작곡가 멘델스존은 사람 간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가 음악이 될 때 오히려 언어보다 더 풍성한 교감을 경험하게 한다고 믿는 음악가였다.

<바이올리니스트·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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