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노바디… 평범한 가장이지만 결코 건드려서는 안될 인간흉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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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9   |  발행일 2021-04-09 제39면   |  수정 2021-04-09 08:37

노바디

허치(밥 오덴커크)는 일과 가정에서 나름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매일 아침마다 허탕치기 일쑤인 분리수거와 조깅을 마치면 가족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버스 타고 회사에 출근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약간은 허술해 보이는 남녀 2인조 무장 강도가 집 안에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들을 제압할 충분한 기회도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허치는 푼돈과 시계를 내주고 강도를 돌려보낸다. 이후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과 이웃의 따가운 멸시가 느껴진다. 그래도 "잘 참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그에게 딸이 울먹이며 말한다. "아빠 내 고양이 팔찌가 없어졌어."

가족관계가 소원해진 중년 가장의 위태로운 삶을 그린 이야기로 출발하지만 '노바디'는 지향점이 분명한 액션 영화다. 가족이 중심에 있는 가족 복수극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기존의 관습을 철저히 배신한 독창성이 돋보인다. 특히 사적 복수극의 주체가 아버지일 경우 그가 분노하게 되는 건 사랑하는 가족이 납치되거나 살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노바디'의 발화점은 어이없게도 딸의 고양이 팔찌를 훔쳐(갔다고 생각한)간 무장 강도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랄까. 결과적으로 무장 강도는 잠자고 있던 그의 본능을 깨울 단초로 작용했다. 사실 허치는 가족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과거 살인병기로 키워진 전직 특수요원 출신일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할 만큼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 총을 다루는 솜씨도 그렇고, 버스에서 행패를 부리는 술 취한 동네 양아치들을 거침없이 뭉개버리는 모습이 그렇다. 다만 맨몸 액션의 극단을 선사한 '본' 시리즈나 '테이큰' 시리즈의 주인공처럼 절도 있는 액션과 달리 그는 종종 두들겨맞기도 하고, 창밖으로 던져져 아픔을 호소하는 등 다분히 인간적이다.

그래도 그는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될 인간 흉기다. 하필 버스에서 허치에게 당한 양아치 중 한 명이 러시아 마피아 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율리안(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의 동생이다. 이를 알게 된 허치는 자신의 회사에서 결전을 치를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여기에 요양원에 머물고 있지만 왠지 비범해 보이는 허치의 아버지 데이빗(크리스토퍼 로이드)과 그가 입양한 아들 해리(르자)가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다. 이후 무차별적인 격투와 총격전이 난무하는 논스톱 액션이 펼쳐진다. 주인공에 비해 악당들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감미로운 재즈 선율과 함께 어우러진 위트와 일방적인 학살이 주는 시청각적 쾌감이 제법 쏠쏠하다. 1인칭 액션 '하드코어 헨리'의 일리야 나이슐러가 연출을, '존 윅' 시리즈의 데릭 콜스타드가 시나리오를 맡았다.(장르:액션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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