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휘태(전 안동시 풍천면장) - 도청 신도시의 역사문화 관광 벨트

  • 이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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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1   |  발행일 2021-04-12 제24면   |  수정 2021-04-1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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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태 전 안동시 풍천면장. 김휘태 제공

경북도청 신도시는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대동맥이다. 사방 삼십 리 안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길목마다, 마을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테마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도청 정문과 검무산 넘어 독립 운동의 성지 가일마을과 오미마을이 이어지고, 남동으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중심 하회마을과 소산마을이 이어지며, 병산서원과 청원루가 양란을 극복한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는 양란의 두 정승이 한 곳으로 들어가 은거한 서미마을로 이어진다. 임진왜란 후에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징비록을 쓰던 류성룡 선생이 찾아들고, 병자호란 후에 청원루에 머물던 김상헌 선생이 다시 찾아든 서미마을은 조선의 수양산이라고도 한다. 은나라가 망하자 백이숙제가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먹다가 죽은 고사처럼, 조선의 두 선비가 나라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서미에 은거하였다는 것이다.


3천 년 전의 중국 고대사가 600 년 전에 조선에서 되살아난 이 기묘한 역사문화야말로 테마 관광 스토리텔링의 백미가 아니겠는가. 경북도청 신도시 동쪽 30리 길에 두 선비가 바라보던 중대 바위가 서미마을 산 중턱에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 중대 바위 아래에 류성룡 선생은 '농환재'라는 초가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말년을 보냈으며, 40년 후에는 청나라에 항거하던 김상헌 선생이 '목석거(木石居)'라는 초가집을 짓고, 나라를 못 지킨 죄인이라며 후학을 양성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렇게 농환재에서 임진왜란에 지친심신을 달래던 류성룡 선생은 3년여 후에 운명했다. 굴욕적인 항복에 항거한 청음 김상헌 선생은 목석거에서 또 다시 청나라의 출병 요구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리고 선양(瀋陽)으로 압송돼 6년 간 옥고를 치렀다.
 

이렇게 지켜낸 조선이 300년 후에 나라를 잃게 되자 임진·병자 양란을 이겨낸 의병 정신을 계승해 독립운동이 불타올랐다. 도청 정문 가일마을에는 6·10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철관에 묻혔던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의 제문이 눈시울을 적신다. 아버지 권술조 선생이 서른 넷 나이에 옥사를 당한 아들에게 원통하고 절절한 가슴으로 써낸 3m가 넘는 5천 자의 제문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국민정신으로 기억될 것이다.
 

KBS '천상의 컬렉션' 제문의 일부, 너의 밝은 혼령은 나를 따라 왔느냐. 마루에 있느냐. 뜰에 있느냐. 어느 높은 곳으로 갔느냐. 네가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찌 끝이 있겠으며 나도 너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가슴 속에 가득하다. 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 구천에서 서로 만나는 날을 기다려다오. 마음이 아프고 붓이 더듬거려 너에게 고하는 것이니 이것이 부자간의 영결의 말이로다. 너는 혹 이 말을 듣고 나의 마음을 알려는가. 원통하고 슬프도다. 이어서 검무산 넘어 한 동네에서 24명이나 독립운동에 헌신한 오미마을이다. 일본 천황 궁궐에 폭탄을 던졌던 김지섭 의사,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일본 총영사를 사살하고 자결한 김만수 의사,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이를 규탄하는 '토오적문(討五賊文)'을 지어서 전국에 알리고 자결한 김순흠 선생 등이 모두 오미마을 애국지사다.
 

전국에서 임진·병자 양란을 극복하고 항일 독립투쟁을 하였지만, 특히 경북도청 신도시 지역은 그 정점을 찍는 역사의 중심축이며, 하회, 병산, 탈춤 등 세계문화유산도시다. 그런 만큼 하루 빨리 테마별로 관광 벨트를 구축해 2박 3일의 체류관광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회권역관광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1천만 관광객을 수용할 5~6개의 벨트 순환 기점 33만㎡(10만평 주차장) 관광단지는, 웅도경북을 재현할 엄청난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김휘태<전 안동시 풍천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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