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가득 찬 싱그러움...정창기 작가, 대구신세계갤러리서 개인전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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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  발행일 2021-04-15 제16면   |  수정 2021-04-15 07:56
딸기 등 극사실주의 신작 20점 선봬
"현대인 마음속 상실된 고향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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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기 '딸기'(2021), 캔버스에 유채, 45.5×60.6㎝

정창기 작가가 16일부터 5월16일까지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딸기 작가' '자두 작가'로 잘 알려진 정창기는 대구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화풍을 구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자두와 딸기가 사진처럼 캔버스에서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나뭇가지에 꽂아 놓으면 새가 날아와 쪼아먹을 듯 하이퍼리얼리즘의 극강이다.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그려낸 과일은 침샘을 자극한다. 평면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지만 명암과 그림자까지 치밀하게 표현했다.

정창기는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에 이끌려 자두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빨강이 주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풍성한 색이 담겨 있다. 노란색에서 빨간색의 자두로 익어가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색의 변화, 또 초록색 잎사귀와 꽃받침, 밤색의 나뭇가지, 더불어 최근에는 딸기 위에 소복하게 쌓인 흰색의 눈까지 표현했다.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재와 그것이 내뿜는 색을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려내 실재에 가깝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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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기 '자두'(2021), 캔버스에 유채, 87×150㎝

그러나 정창기는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리면 사진과 다를 게 없다. 실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하지만, 감성과 철학을 담아 나의 이야기를 캔버스에 녹여내고 싶다"면서 "그림 속 딸기와 자두는 자연의 풍요로움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소재"라고 했다.

이어 "한 개의 딸기, 한 개의 자두가 아니라 화면을 꽉 채우며 소쿠리에 넘칠 듯 담겨 있는 딸기와 자두는 자연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과 푸근하고 넉넉했던 고향의 모습"이라고 했다.

미술평론가 고충환은 "자두와 딸기는 부재를 되불러오는 감정, 상실된 것을 그리워하는 감정, 과거로부터 길어낸 감정, 희미한 기억의 그림자와 함께 소환된 감정일 수도 있다" 며 "유년을 상실하고, 원형(존재의 근원)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정창기의 작품은 마음속 상실된 고향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그의 그림은 소재주의지만 덕목은 단연 기술이다. 기술이 없으면 소재주의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정창기는 영남대 미술대 서양화과와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아트지앤지갤러리, CSY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포스코갤러리, 대백갤러리, 서울시립미술관, 김해미술관 등에서 기획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대구아트페어, 광저우국제아트페어 등 국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대구은행 본점, 대구문화예술회관, 김천혁신도시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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