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美정부, 중국고립 반도체 정책 성공할까

  •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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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0   |  발행일 2021-04-20 제22면   |  수정 2021-04-2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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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칩과 웨이퍼를 '오늘날의 인프라'라고 부르며 500억달러를 반도체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중국과 전략적 경쟁관계임을 강조하면서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우는 반도체 및 배터리를 앞세워 한국, 일본, 대만, 호주 등 동맹국과 기술연맹까지 맺어가면서 첨단제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시키고 미국이 다시 한번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선포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두 가지 이유로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천문학적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 유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 여건상 방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 반도체 산업을 예를 들면 자국 기업이 EDA와 코어IP, 칩 설계, 소재, 제조 장비, 웨이퍼 제조 및 조립, 패키징 및 테스트 등 모든 공급 체인에서 100% 자국 내 반도체 소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9천억~1만2천250억달러의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SIA와 BCG보고서에 따르면 비록 미국이 현재 공급망의 몇 가지 측면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3천500억~4천200억달러의 초기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주로 제조 능력의 방면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 바이든의 중국 제외 공급망 구축전략에 핵심기술 보유 관련 국가들이 함께한다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면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공급 업체인 ASML의 최고경영자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하면서 해외기업들은 가장 큰 반도체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잃을 것이며 이로 인해 관련 국가들은 수많은 일자리와 수익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미국 상무부의 추정치에 의하면 미국과 중국 간에 이뤄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 경제협력이 모두 중단되면 미국은 12만5천개의 일자리와 800억~1천억달러 수주의 매출을 잃게 된다고 발표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반도체 공급의 글로벌체인 구축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세계는 설비기술이 획기적으로 강력해지고 비용은 오히려 낮아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는데 반도체 수출 통제나 자국 내 자급자족 전략 추진은 고립된 국내시장으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효율성과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비용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SIA와 BCG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만약 전체 공급망의 반도체 회사가 현재의 원가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주요 국가마다 반도체 국내 공급이 완전하게 이뤄지려면 450억~1천250억달러의 연간 운영비용(신규 투자설비의 감가상각 제외)이 필요하기에 업계의 이익을 크게 상쇄시킨다. 2019년 전체 반도체 공급망 이익은 1천26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적어도 일부분 추가비용은 설비 제조업체에 떠넘겨야 하며, 만약 이들이 고객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경우 반도체 가격이 평균 35~65% 오르는 셈이어서 단말기 전자기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주요 반도체 설계기업들의 매출시장은 중국이며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은 그동안 높은 R&D 비용 지출이 가능했던 이유는 중국이라고 하는 큰 시장에서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매년 수입하는 반도체 수입 규모는 원유 수입보다 많은 3천100억달러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바이든의 중국 고립 글로벌공급망 재편은 실현 가능한 정책목표라기보다 하나의 이론적 개념과 홍보 및 선전을 위한 정치적 행위라고 봐야 한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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