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세상보기] 건물 외벽에서 자라나는 수양버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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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0   |  발행일 2021-04-21 제12면   |  수정 2021-04-20 10:01
시민기자_나무
대구 북구 산격동의 한 건물 뒤쪽 외벽에 수양버들이 자라고 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2층 건물 뒤쪽 외벽에 갈라진 틈 사이로 수양버들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사람이 올라갈 수도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영양분을 흡수하고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렸는지 보기만 해도 신기하다. 물을 주고 가꾸는 사람은커녕 그곳에 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면 물 구경도 못 하는 장소다. 수양버들은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주위에는 풀 한 포기는커녕 아무것도 없다. 오롯이 홀로 서서 삶을 지탱하고 있다. 뿌리를 감싸고 있는 것은 흙이 아니라 얇은 시멘트 틈새다. 수양버들 씨앗은 좁디좁은 틈새를 무수히 헤매다가 간신히 난 틈 사이로 햇빛과 빗물을 찾아내어 줄기를 뻗었을 것이다. 무성한 잎사귀는 그 아래 줄기와 뿌리가 처한 열악한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햇빛을 받으며 바람에 살랑거린다.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우고 이만큼 자라기까지는 수년이 걸렸을 것이다. 시멘트의 갈라진 틈에서 자란 나무지만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한 나무처럼 튼튼하다. 결국은 바람이 옮겨다 준 흙먼지가 틈새에 쌓여 흙의 역할을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양버들이 물도 없고 보이는 것이라곤 사방의 콘크리트 벽과 하늘이 전부인 곳에서 자라고 있다. 한 줌의 흙도 없는 딱딱한 콘크리트 사이로 뿌리를 지탱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길을 걷다 보면 아스팔트 갈라진 틈새로 잎을 벌리고 자라나는 잡초들이 보인다. 시멘트 계단 사이와 보도블록 사이에도 초록의 잎을 틔워 당당히 서 있는 것을 종종 본다. 그러나 이곳처럼 건물의 벽면에 자라는 나무는 처음 본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시멘트 틈새도 씨앗이 싹을 틔우도록 바람이 흙먼지를 운반해 준 것처럼 코로나로 힘든 취업준비생들에게도 삶을 발현할 작은 틈새를 찾는 기회가 오길 소망해 본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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