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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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6   |  발행일 2021-04-26 제13면   |  수정 2021-04-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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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인류는 꾸준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왔고, 경제의 발전에 따라 영양과 위생 상태가 더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적으로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 정하는 고령화사회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이 비율이 14%로 높아지면 '고령사회',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이후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초고령사회는 경제적으로만 바라보면 생산주체의 감소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여 국가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이런 삭막한 수치와 경제문제를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사람만을 바라본다면, 고령사회는 주변에 나이 든 어르신들이 많은 사회입니다. 그간 많은 연구들은 나이가 들면 일어나는 많은 부정적인 변화에 대해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는 없는 것일까요? 지난 4월 영국 버밍엄 대학의 패트리샤 록우드 교수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하여 보고하였습니다. 그간 많은 연구들은 어르신들이 자선단체 등에 더 많은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근거로, 나이가 들면 좀 더 친사회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로워진 상황에서 잉여의 재산과 시간을 나누는 행위로 볼 수 있어 엄격한 의미에서 진정한 '친사회적'인 행동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더 사람의 의지가 담긴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지를 연구하였습니다. 실험은 젊은 성인과 어르신으로 나눠 악력을 측정하였고, 그 악력에 따라 보상을 주는 실험이었습니다. 한번은 측정된 악력에 따라 자신에게 보상이 돌아오도록 하였고, 다른 한번은 타인에게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낮은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젊은 성인과 어르신 모두 본인은 물론 타인을 위해 기꺼이 힘을 썼지만, 자신의 한계치에 다다를 만큼 많은 힘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어르신들이 타인을 위해서도 더 악착같이 힘을 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나이 든 어른들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더 기꺼이 노력한다는 것이죠.

또 한편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어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피해만 준다면 나이가 주는 자연의 선물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겠죠. 앞으론 나이와 더불어 오는 '친사회적' 변화를 잘 받아들여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돕는 멋진 어르신들이 많은 대구경북을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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