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의 한 고교 폭행사건,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 실제 피해자 고소장 제출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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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1 15:41  |  수정 2021-05-01 15:58
아들의 진술서와 고소장 본 어머니도 성적 모욕감을 느껴 고소
피해 주장 학생 2명도 조만간 고소… '진짜 피해 학생' 진실 공방
영주경찰서
영주경찰서 전경. <영주경찰서 제공>

경북 영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한 폭행·추행 사건과 관련(본지 4월 29, 30일자 인터넷보도), 실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서로 간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일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과 어머니 A씨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3학년 학생 수십 명에게 집단폭행·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2학년 B학생과 C학생을 최근 영주경찰서에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C학생이 오히려 동급생 22명에 대해 약 9개월간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고, 심지어 패드립(부모나 윗사람을 욕하거나 개그 소재로 삼아 놀림)까지 했다는 것. 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 A씨의 아들이다.

A씨 아들은 고소장을 통해 "1학년 2학기 때부터 약 1년간 B, C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2학년이 되고 같이 방을 쓰게 되면서 이들의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온갖 욕을 하면서 인신공격을 퍼부었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나를 밀치거나 발로 차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계속됐다. 그리고 상상도 할 수 없는 패드립과 함께 심한 욕설을 섰다"며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방에서 자려고 할 때 침대에 올라와 정강이를 때렸고 약 사흘간 걷는 것도 불편했다. 장난의 선을 넘어선 폭행이라고 생각돼 고소한다"고 밝혔다.

특히 A씨는 아들이 작성한 고소장과 B·C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다른 학생들의 진술서를 본 후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진술서에는 B·C학생이 '00이의 엄마를 내가 00했다', '00이의 엄마는 00', '00이의 아빠는 00'이라며 도를 넘은 성적 희롱이 상세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후 A씨는 성적 모욕감을 느꼈고, 이들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모욕죄로 처벌해 줄 것에 대한 고소장도 경찰에 접수했다.

A씨는 "현재 B·C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동급생 학부모들과 함께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학교에선 이 지경까지 오도록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피해 학생 학부모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급생 부모는 "최근 불거진 사건으로 B·C학생들이 학교를 비웠을 때 한 학생이 선생님에게 '교실이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뀌었다'고 했다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말"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들과 영구 분리돼 좋은 분위기와 따뜻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피해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B·C학생 측도 조만간 폭행 행위 등에 가담한 2·3학년 학생 12명을 특정해 특수상해·협박, 미성년자 강제 추행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짜 피해 학생이 누구인가'에 대한 진실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최근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후배 학생들을 집단 구타하고 강제 추행까지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교육 당국과 경찰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경찰은 이 사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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