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돈·명예·건강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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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3   |  발행일 2021-05-03 제27면   |  수정 2021-05-0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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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혁 논설위원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태어나 80년 안팎의 삶을 산다. 살면서 부(富)·명예(名譽)·건강(健康)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재산은 합당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방편이다. 명예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위가 오르면 뒤따르는 타이틀로, 타인이 인정해 주는 한 인격체의 가치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건강도 유지해야 한다.

몸을 세우고 이름을 떨친다는 의미의 입신양명(立身揚名)은 효경(孝經)에 나오는 말이다. 출세하여 부모를 빛나게 하는 것이 효도의 극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출세와 성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왕이라는 부귀공명을 차지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의 자탄이 그것이다. 그는 '부를 가질수록 고통은 커지고, 명예가 있을수록 덜 만족스럽다'고 했다.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평가가 있다. 현감을 지낸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귀하기는 벼슬하지 않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다'는 글을 남겼다. 아리스토모니스 라는 고대 철학자는 '인생은 극장과 비슷해서, 때때로 가장 열등한 사람이 최상석을 차지한다'고 일갈했다. '총명한 사람들보다 우둔한 사람들이 대개는 더 성공한다'라고 한 투키디데스의 표현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장자는 '도척'편에 '수치를 모르는 자가 부자가 되고, 말이 많은 자가 출세를 한다. 세상에서 큰 명예나 이익을 얻은 자는 대개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이 많은 자다'라고 썼다. 장자는 뜻을 이루는 것이 득지(得志)라고 했다. 오늘날에는 벼슬이 높은 데까지 오른 상태를 이야기하지만 옛날의 득지는 달랐다. 그 이상의 즐거움이 없는, 즐거움의 완전한 경지를 득지라고 했다. 자기가 만족하면 그것이 곧 성공이라는 해석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였던 크리스토퍼 몰리(1890~1957)도 비슷한 명언을 남겼다. 그는 '오직 한가지 성공만이 있다. 당신의 인생을 당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재산과 함께 명예도 성취 동기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 않았나. 탐욕한 인간은 재물에 목숨을 걸지만 열사는 명예를 위해 순직한다고 했다. 성경(구약성서, 전도서)도 명예를 찬양한다.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나으니…, 많은 재물보다 명예를 택할 것이요' 어쩌고 하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명예를 경계하는 지적도 없지 않다. '자주 명예를 추구하면 명예롭지 못하게 된다' '이름을 떠난 사람은 근심이 없다. 모든 근심은 명예욕에서 생긴다' 등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죽은 뒤의 명예는 소용없다. 시인 두보는 '천년 만년 이름을 남긴다 해도 죽고 나면 적막하다'고 했고, 이백도 '우선 생전에 한잔 술을 즐길거나, 천년에 남는 이름 죽은 뒤에 무엇하리'라고 썼다. '유명해지기'보다는 '유용해지라'고 선지자들은 조언한다.

이처럼 인간은 살면서 부와 명예를 추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다 잃는 것'이라고 했다. 깊이 새겨야 할 금언이다. 돈·명예를 지녔으면서도 건강을 잃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로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하지만 돈과 명예를 지녔어도 건강하지 못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돈과 명예를 얻는 데 미흡하더라도 건강하다면 차라리 나을 것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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