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얀마와 밀크 티 동맹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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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5   |  발행일 2021-05-05 제23면   |  수정 2021-05-05 07:12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중국이 이를 방조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이른바 '밀크 티 동맹'(Milk Tea Alliance) 네티즌들이 반중 및 군부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밀크 티 동맹은 홍콩·타이완·인도·태국·인도네시아 네티즌들에 의해 형성된 온라인 민주주의 연대 운동이다. 과거 서방의 식민지였던 이들 국가는 양질의 차를 생산했지만 대부분 서방이 약탈해 갔다. 서방 국가들이 가져가고 남은 찌꺼기 차에 우유 등을 타서 마신 것에 유래해서 밀크 티 동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밀크 티 동맹 네티즌들이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돕고 나선 것엔 반중국 정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미얀마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미얀마와 중국 국경지대에서 중국 유통업자들이 정국 불안을 핑계로 미얀마산 수박의 중국 수입 가격을 절반 이상 후려쳐 매입하는 불공정 담합 행위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얀마 시위에서 수박이 등장한 것은 이런 이유다. 시위대는 미얀마산 수박에 중국의 오성홍기를 꽂고 "학살자 반란세력에 끝까지 저항하자"면서 오성홍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밀크 티 동맹에 포함된 나라 대부분은 또한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다.

인도는 중국과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 마찰을 빚고 있고 타이완 등은 남중국 해상 관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해역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한 중국 어선을 수장시키는 등 강경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와중에 이들 밀크 티 동맹국도 정부차원에서 미얀마 사태 종식을 위해 나섰다. 얼마 전 미얀마 군 최고사령관이 이들 국가가 주축이 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폭력 중단과 대화, 아세안의 중재 등 사태 해결안에 전격 합의했다. 유엔도 풀지 못한 미얀마 사태를 밀크 티 동맹국들이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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