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왔던 1960년대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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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4   |  발행일 2021-05-14 제37면   |  수정 2021-05-14 08:30
강렬한 무늬에 심플한 디자인…레트로 감성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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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6년 컬렉션에 발표된 1960년대 영감의 사이키 델릭 이미지의 미니 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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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2008년 걸그룹 원더걸스는 노바디(Nobody)의 무대의상으로 반짝이는 소재나 기하학적 무늬의 원단으로 만든 복고스타일의 미니 원피스를 착용하여 노래와 함께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다. 이는 1960년대 패션스타일에서 영감받은 것으로 우리 주변에는 이 시대에서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재연출한 패션,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물품 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60년대 패션스타일은 2000년대 이전부터 이후까지 꾸준히 패션 트렌드에 레트로 스타일로 나타나는 인기있는 디자인 원천이다. 이 시기 세계 대중문화와 패션은 미국과 영국 등 서구를 중심으로 발달되었고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패션은 서구의 스타일을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1960년대는 마치 새로운 것들이 서로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 흥미로운 문화적 변화로 풍성한 시대였다. 전후 무역증가와 산업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며 과학기술의 발달과 대중문화의 보편화 등 다방면적으로 이전과 다른 것들이 가득했던 시대로, 스윙잉 식스티즈(Swinging Sixties)라 하여 당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현대성과 쾌락주의적 문화가 추구되었다.

반면 여성해방운동, 인종차별 반대운동, 반전운동 등 지배적인 사회구조를 비난하는 사회운동도 다각적으로 발생되어 희망적 현대화와 사회운동의 목소리가 복합적으로 확대되었다. 1960년대는 베이비붐 세대인 10·20대 의 문화가 주도적이었고 패션스타일 역시 이전의 우아한 여성미와 다르게 단순한 형태 그리고 다채로운 색감과 무늬의 패션스타일이 대세를 이루었다. 미니스커트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으로 인기가수 윤복희와 패티킴 등의 앨범 사진에서 컬러풀한 스트라이프의 미니원피스를 착용한 사진을 볼 수 있다. 미니스커트는 이미 그전에 소개되었으나 1958년 영국 패션디자이너 매리 퀀트(Mary Quant)가 패션쇼에서 대중적으로 발표하여 인기를 끈 것으로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여성해방에 대한 인식의 확대와 활동적 젊은 세대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의 발달과 우주탐험
TV·영화 대중문화 확산
사회운동과 젊은층 반항
새로운것 가득했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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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옵아트 방식 패턴의 패션과 둥근 달걀형 의자.

1960년대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인 트위기(Twiggy)는 패션모델 출신으로 마른 몸매에 커트머리로 중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하였고 과감한 속눈썹으로 눈화장을 강조하고 말괄량이 소녀같은 분위기로 그 시대 젊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하였다. 희망으로 부푼 현대화의 시기인 1960년대 미니스커트는 일상 패션에서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금속조각을 연결하여 만든 미래주의적 패션으로도 선보였다. 이는 옛 소련이 1957년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새로운 우주탐험의 시대가 열렸고 1969년 미국의 유인우주선인 아폴로 11호가 달표면에 착륙하면서 우주탐사가 성공하여 낙관적인 미래주의와 같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서 유래된다고 할 수 있다.


나일론스타킹 개발되며
미니스커트 유행하게돼
단순하고 유연한 디자인
팝아트적 특징과도 연결
현대적 미니멀리즘 탄생


미니스커트가 대중화가 될 수 있었던 근간에는 기술의 발달이 있다. 거미줄보다 얇고 강철보다 강한 나일론으로 만든 팬티스타킹이 개발되었고 미니스커트로 노출된 다리를 감싸게 되어 시각적인 피부톤 정리와 보온 등의 기능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나일론의 기술발달과 함께 유사성분인 플라스틱 기술의 발달로 패션뿐 아니라 가구 등의 모양도 다양해질 수 있었다. 단순한 실루엣의 패션스타일과 마찬가지로 현대적 단순한 형태에 보다 집중하게 된 디자인 감성과 플라스틱 기술의 발달로 디자이너는 의도하는 다양한 모양과 색을 사용하여 의자·책상 등을 만들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덴마크의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이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S모양의 팬톤 의자다. 클래식(Classic)한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강렬한 빨강 등 높은 채도의 색과 단순하고 유연한 곡선의 현대적 특징은, 전통적 예술미를 타파하는 대표적인 1960년대 미술사조인 팝아트(Pop Art)적 특징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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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패션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순한 형태와 색의 미니 스커트.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예술사조, 활발해진 분위기와 함께 젊은 세대에서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 기성사회의 지배적인 사회구조와 통념 등을 부정하면서 인간성 회복과 자연으로의 회귀 등을 외치는 하위문화로 히피(Hippie)문화가 탄생하였다. 이들은 자유분방하면서 수공예적인 패션스타일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긴 머리에 자수로 장식한 헤어밴드, 꽃무늬의 헐렁한 바지와 셔츠, 술장식이 달린 조끼 등을 착용하였고 이러한 히피패션은 현재까지도 패션트렌드에 자주 반영되고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를 봤다면 주인공 톰 행크스의 여자친구였던 제니의 패션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히피는 정신적 해방을 빌미로 환각제, 마약을 사용하였고 이를 복용 후 일시적으로 생기는 환각적 감각에 도취된 상태를 의미하는 형광빛이 현란한 사이키델릭(psychedelic)이 히피와 대중문화를 통해 파급되었다. 이는 이 시대 대중 팝음악을 대표하는 비틀즈(Beatles)의 앨범커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1960년대는 텔레비전과 영화의 발달과 이를 통한 대중문화의 확산, 그리고 경기호황으로 낙천적이고 소비적인 분위기 속 미니멀리즘(Minimalism) 및 모더니즘(Modernism)과 함께 물질주의와 성공지향적 가치관을 거부하는 젊은 층의 반항 및 사회운동 등 다변화된 사회움직임을 복합적으로 보여준 시대라 할 수 있다. 팝아트·옵아트(Opt Art) 등 현재 고가로 책정되는 미술작품을 탄생시킨 이 시대는 현대 패션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예술작품 등에서 현대적 미니멀리즘이 전파된 시기로, 이후 레트로 문화와 패션스타일에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영향을 주고 있어 우리가 언제든지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매개체의 역할을 성실히 하고 있다.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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