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과로 안동시보건소 50대 여성 팀장 보름째 '사경'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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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9 13:57  |  수정 2021-05-09 14:00  |  발행일 2021-05-10 제8면
6개월간 한번의 쉬는 날 없이 매일 출근
늦은 퇴근 후 샤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 옮겨져 응급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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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영 팀장이 입원 중인 병원 중환자실 입구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켜온 한 공무원이 자택에서 쓰러진 후 보름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등에 따르면 안동시보건소 소속 심미영(53·여) 팀장이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달 25일 오전 2시쯤이다.


늦은 퇴근 후 자택 욕실에서 샤워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가족에게 발견된 심 팀장은 119 구급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의식 불명 상태다.


발견 당시 그의 호흡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119 구급대원들의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호흡은 돌아왔지만, 이미 머릿속 출혈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다.


심 팀장은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해 2월부터 어림잡아 6개월 동안 한 번의 쉬는 날 없이 매일 출근했었다는 게 배우자 권영욱(53)씨의 말이다. 퇴근도 밤늦은 시간에야 겨우 할 수 있었다.


권씨는 "보건소 모든 직원이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심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휴일도 없는 근무가 계속 이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사고 당시 뇌의 출혈량이 상당했던 심 팀장은 현재 뇌압도 높아 상당히 위중한 상태다.
그나마 지금까지 2차 출혈이 없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뇌압을 낮추기 위해선 최소 6주 정도는 지켜봐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심 팀장은 지난 2017년부터 지역 내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하기 직전인 2020년 1월까지 마약류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에도 그는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는 게 동료 직원들의 이야기다. 원형 탈모까지 겪을 정도였다는 것.

 

배우자 권씨도 "마약류 업무를 보면서 악성 민원 때문에 굉장히 힘들어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매일 밤낮없이 불려 나가고, 얼굴이라도 잠깐 볼 땐 항상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보건소 모든 직원과 관계가 원만할 만큼 동료애가 남달랐던 심 팀장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꼼꼼하게 추진하던 선후배였다. 그랬던 그가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은 동료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안동시보건소 김진환 과장은 "그는 평소 힘들거나 불만이 있어도 싫은 내색 없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해내는 그런 동료였다. 그래서 동료들 간의 유대관계도 아주 좋았다. 심 팀장의 안타까운 소식에 직장 내 분위기도 많이 침울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심 팀장이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 중환자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인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 이 탓에 그의 상태는 배우자 권씨가 담당 전문의의 회진 때나, 간호사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매일 확인하고 있다.


심 팀장이 쓰러진 후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고 있다.

권씨는 자택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욕실에서 심 팀장을 처음 발견한 그의 모친과 군입대를 앞둔 아들은 현재 친척 집에 지내야할 정도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권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초조하다. (심 팀장이) 지금이라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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