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영의 시중세론] 자치경찰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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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4   |  발행일 2021-05-14 제22면   |  수정 2021-05-14 07:27
자치경찰제 7월 본격 시행
경찰 국가직 지위는 유지돼
'무늬만 자치경찰' 비판에도
완벽한 정책과 제도는 없어
부족해도 과감히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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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자치경찰제가 실시된다.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오는 7월1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본격 시행이다. 1948년 대한민국 경찰 창설 이후 무려 73년 만이다. 경찰사무가 도시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의 안전에 관한 업무로서 본질적 지방자치사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랍도록 늦은 일이다.

국회와 정부는 그동안 10여 차례 국립경찰과 지방경찰 이원화를 검토했다. 국회에 법안을 상정하거나 행정쇄신방안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홍보하는 책자까지 마련해 배포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다.

한반도 분단상태에서 경찰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동원되어야 할 필요도 작용했고, 지방의 자치분권 능력 미성숙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시대착오적 냉전 논리와 지방에 대한 불신의 다른 표현이었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논리에 익숙해져 왔고, 사실 이번 자치경찰제 시행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더 높았다.

당장 주민들에게 치안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찰도 자치경찰제로 지방직 공무원이 되는 것을 반대해서 국가직 공무원의 지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하기는 지방직이었던 소방공무원들마저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판에 국가직 공무원을 지방직 공무원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무리였다. 결과는 우스꽝스럽게도 자치경찰제는 시행되는데,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국가직 공무원이고, 조직구조도 지방직 공무원인 자치경찰위원장이 국가직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나마도 국가경찰조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제한된 영역만 관여할 수 있다. 무늬만 자치경찰제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제 시행은 반드시 가야 할 역사적 방향이고 성공해야 한다. '교지불여졸속(巧遲不如拙速)'이라고 했다. 철저하고 정교한 준비를 통해 완벽한 제도를 수립한다고 차일피일 시행을 늦춰도 모든 사회제도는 문제를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복잡한 사회에서 어떤 정책이 모두의 지지를 받거나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책과 제도는 '노이라트의 배'처럼 세상의 바다 위에서 파도에 부딪히며 끝없이 흔들리고 파손되면서도 파도 위에서 부서진 배를 수선하며 나침판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야 한다. 실질적 권한은 없이 사람과 공간 그리고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불만을 토닥거리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하던 경찰업무를 지방적 차원의 생활안전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경찰청의 우려도 불식해야 한다.

제도변화에 대한 주민의 불안을 말끔히 해소하기 위해 생활주변 범죄예방과 아동청소년 그리고 여성과 노인 등 취약층에 대한 치안서비스 수준도 최고로 높여야 한다. 지금보다 더욱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한 자치경찰제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변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새로운 제도의 안착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와 교통사고 취약요소를 발굴하고 해결해 나가는데 주민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치안행정서비스의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성하고 소위 리빙랩이라는 생활속 실험활동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조금 서툴고 부족해도 올바른 길이라면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시도민과 국민을 설득하며 이끌어가는 용기가 지도자의 진정한 덕목이다.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이 그렇고 이번 자치경찰제가 그렇다.
대구대 법학부 교수 〈사〉대구경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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