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이재용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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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7   |  발행일 2021-05-17 제27면   |  수정 2021-05-1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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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잘해왔다. 문재인 정권도 G2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혹자는 ‘원전’과 ‘반도체’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에는 원전 20여기가 있다. 방사성 폐기물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핵물질이 있다. 변고(變故)라도 생기면 주변국에 재앙이 된다. 반도체는 어떤가. 메모리 분야 세계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와 LG 등이 포진해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여차하면 세계 경제 성장이 10년 동안 멈출 수 있다. 일견 맞는 부분이 있다. 며칠 전 삼성 바이오로직스에서 화이자 백신을 만든다는 뉴스가 모 경제지에 실렸다. 주식시장 개장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공시를 통해 이를 부인했다. 삼성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삼성과 분리된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은 대단하다.

반도체는 기실 미국의 우주 및 방산에 핵심적인 부품이었다. 왜 미국은 국내생산에 소홀했을까. 저렴한 인건비와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미국엔 부적합하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오염과 인체 유독성 때문이다. 제조과정에서 종업원이 산업재해라도 입으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 징벌적 배상으로 자칫 제조사가 망할 수도 있다. 미국의 자국산 무기 핵심 기술이전 거부를 비롯한 패악질은 악명높다. 미국산 전투기 엔진 수리조차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미국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각국의 집요한 견제 속에서 성장했다.

'산업의 쌀'이라던 반도체가 이젠 '전략적 무기'가 됐다. ‘반도체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할 정도다. 미국조차 ‘미국 반도체 연합’으로 반도체 전쟁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에선 비켜났지만 미국에서 벌어진 SK와 LG 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재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생활 중에 있으니 안타깝다.

대통령제 국가에선 대통령에게 권한이 모여있다. 위기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는 장점이 있다. 범죄자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선 멀리 봐야 한다.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라고 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서 K-반도체 전략 발표회를 가졌다.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평택 상공을 지나다가 축구장 수십개 규모의 삼성 반도체 캠퍼스를 보고 부러워했던 바로 그곳이다. 향후 10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510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세제 완화를 비롯해 지원책을 담은 '민관합동전략’을 발표했다. G2는 물론 일본마저 떨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야(朝野)의 반대를 물리치고 경부고속도 건설을 강행한 것을 살펴봤으면 한다. 역사는 ‘산업의 동맥’인 고속도로를 닦은 그의 판단을 높이 평가한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괜찮다.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줬으면 한다. 얼마 전 사죄도 했고, 여론도 긍정적이다. 최근 권영진 대구시장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대구상공인의 염원’이라면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대국민 약속을 어기는 고통이 따를 터이다. 반도체 전쟁과 백신 외교를 비롯한 국가적 위기 상황 돌파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인들 못하랴. 시간이 없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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