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성태 (대구 펜문학회 회장)...국제펜 창립 100주년에 부쳐

  • 김성태 대구 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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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  발행일 2021-06-11 제20면   |  수정 2021-06-11 07:51

김성태
김성태 (대구 펜문학회 회장)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문학단체는 국제펜(PEN International)이다. 국제펜은 유엔 인권위원회와 유네스코 자문기관이기도 하고, 스웨덴의 노벨문학상위원회가 매년 각국의 펜본부에다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는 단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921년 영국 런던에서 캐서린 에이미 도슨-스콧이 창립했으니 올해로 꼭 100주년이 된다. 처음에는 작가들의 친목을 위한 디너 클럽 형태로 시작했기에 펜클럽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냥 국제펜이라고 칭한다. P.E.N.이란 Poets(시인), Playwriters (극작가), Editors (편집인), Essayist (수필가), Novelist(소설가) 의 약자다.

국제펜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표현의 자유 증진 및 탄압받는 작가들을 위한 항변 등을 도맡으면서 영향력을 높여왔다. 메릴린 먼로의 마지막 남편인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는 국제펜 회장직을 역임하기도 했는데, 나이지리아 정부에 의해 처형의 위험에 처한 유명 시인 월레 소잉카를 석방하라는 편지를 나이지리아 대통령에게 써서 그를 구출하기도 했다. 일본은 1948년 국제펜 회원국이 되었는데, 가와바다 야스나리가 57년부터 65년까지 일본펜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일본펜 회장 재직 중 도쿄에서 국제펜 총회를 유치했으며 68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여받기에 유리한 여건이 되었을 것이다.

미국·영국 등 전 세계 각국에는 모두 140여 개의 펜 본부, 즉 센터가 있다. 최근 대구펜문학회도 서울에 소재한 한국본부로부터 독립해 센터가 되었다. 대구펜문학회는 세계 최초로 국제펜 창립 100주년 기념책을 영어와 한글로 발간했고, 유공 작가들과 우수 번역작가를 시상했으며, 5개국 국제시낭송회를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시전시회도 추진하는 등 가장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국제펜 본부도 100주년 기념위원회를 만들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진행하지 못했다. 2022년 9월경 스웨덴 웁살라 회의에서나 행사를 잘 해볼까 하는 중이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국제본부의 현재 회장은 미국계 멕시코 여류 작가인 제니퍼 클레멘트이다. 7명의 운영위원들과 함께 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외 20명 정도의 부회장이 있는데, 한국은 고(故) 전숙희 수필가가 8년간 부회장직을 맡은 바가 있다. 1954년 변영로·모윤숙·주요섭 등이 펜문학회를 결성하고 이듬해 국제펜에 가입하였는데, 매년 개최되는 국제펜 총회를 3번 유치하였으며, 이와는 별도로 세계한글작가대회를 6번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직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한 번 수상한 적이 없다.

국제본부와 각국의 본부는 수직관계가 아니고 약간의 회비만 납부하면 가입이 되는 수평관계이다. 국제펜 본부의 2020년 운영예산이 144만4천 영국 파운드 정도였으나 상당한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절반 정도는 스웨덴국제협력기금이 지원했다. 한국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수준 높은 번역과 국제교류에 좀 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산업계는 한국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도약시켜 놓았으며, 체육계에서는 이미 다수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소프라노 조수미, 대중음악의 싸이와 BTS, 그리고 영화에서는 '기생충'과 '미나리'가 이미 세계 정상을 밟았다. 그러나 인도 1회, 중국 2회, 일본 2회, 터키와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도 받는 노벨문학상을 한국은 한 번도 못 받았다.

김성태 (대구 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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