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빠진 2030 MZ세대...스크린골프장 웃고 골프연습장 운다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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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8 17:46  |  수정 2021-06-08 18:24  |  발행일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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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린이' 김형엽 기자가 지난 6일 대구 동구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타석에 들어서 자세를 잡고 있다.

"골프를 왜 치는지 이제 서야 알 것 같네요."


지난 6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의 한 스크린골프장. 비교적 젊은 나이의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크린골프를 즐기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


최근 골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장인 김모씨(33·동구 효목동)는 일단 한 번 쳐보자는 생각에 친구와 함께 이곳에 들렀다. 김씨는 "지인들의 권유로 연습장 레슨을 고려하고 있지만 골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며 "스크린골프장에서 골프채까지 빌려주니 진입 장벽이 높은 골프를 가볍게 체험하기 좋아 방문 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18홀 라운딩을 마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함께 온 친구에게 간단한 규칙과 골프채 사용 방법 등을 배우며 게임을 즐겼다. 김씨는 모든 홀에서 더블 보기(기준 타수보다 2배 많은 타수를 기록한 경우를 일컫는 용어)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온 몸에서 근육통이 느껴진다며 소감을 밝힌 김씨는 골프 레슨 상담까지 받은 뒤 스크린골프장을 떠났다.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골프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새로운 즐길 거리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젊은 세대가 '골린이(골프+어린이)'로 유입되면서 골프 이용 방식도 함께 변하고 있다.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스크린골프장을 중심으로는 매출이 증가한 반면, 골프 연습장은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51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골린이가 늘며 2019년보다 46만명이 늘었다.

 

특히 신규 입문자 중 MZ세대가 포함된 20~40대는 무려 65%나 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MZ세대가 여유자금으로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연간 골프장 이용객 수도 증가 추세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장 이용객 수는 4천670만명으로 전년(4천170만명)보다 11.9% 늘었다.


골린이 및 MZ세대 유입으로 수혜를 입은 곳은 스크린골프장이다. 스크린골프장 업체인 골프존에 따르면 지난해 2천81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보다 21.3%나 증가했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필요가 없고 지인들끼지만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어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골프연습장은 약 1천 곳이 문을 닫았다. 최근 10여년 동안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한 것. 불특정 다수와 좁은 간격을 두고 연습하는 탓에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받았다.


오는 6월 중순 골프존 GDR아카데미 오픈을 앞두고 있는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계륜 홍보팀장은 "골프존 사전 등록에 150명이 몰렸으며 이 가운데 약 40%가 20~30대로, 타 지역에 비해 젊은층 유입이 두드러졌다"며 "골프웨어 및 골프용품 등에서도 매출 증가와 MZ세대 편입이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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