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여행업계 트래블 버블 소식에도 '뜨뜻미지근' "갈 데가 있나"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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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10:00  |  수정 2021-06-11 10:02  |  발행일 2021-06-14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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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자 대구시 중구 소재의 한 여행사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트래블 버블'로 여행업계에 숨통이 트였지만, 정작 대구지역 여행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방역 관리에 대한 상호 신뢰가 확보된 국가에 한해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에서 A여행사를 운영하는 조모(28)씨는 "백신 맞은 사람은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여행은 젊은 층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지 않나. 여행업이 살아날 방법은 결국 젊은 층에게 달려 있다. 항공도 정규 편이 아니라서 금액이 비쌀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B여행사 안모(51) 대표는 "자가격리를 면제해주는 나라가 별로 없는데, 트래블 버블이 추진된다 해도 여행업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지 않는다"며 "다음 달부터도 '갈 데'가 있어야 해외여행을 가지 않겠나. 비행기가 없는데 어떻게 가나. 대구 공항에는 국제선이 단 한 편 있는데, 그마저도 중국인 동포들을 위한 중국행 '편도' 뿐이고, 평균 150~180만 원씩 한다"고 말했다. 또 "2023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요의 70%는 회복될 것인데 그때까지는 '버티기 형태'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에 있는 대형 여행사도 아니고, 지역의 중소 여행사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도 있다"라며 "차라리 여행에 대해 '5인 집합 금지'를 풀어줘 제주도나 울릉도를 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했다.

김모(51) C투어 대표는 "해외에서도 지속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트래블 버블이 돼도 수요가 많을까'하는 의문이 있다. 지금보다야 낫겠지만 확연히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여름 휴가철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와 여행업체에 대한 대구시의 긴급자금 500만원 지원에 대해서도 마냥 기뻐하지 않는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대구시의 긴급자원 지원에 대해 "고마운 일이지만, 사실상 월세 두 번 내면 끝이다"라고 허탈하게 말했다.

대구지역 여행업계가 트래블 버블 등 호재에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심리가 많이 꺾였기 때문이다. 헌재 여행업계는 보릿고개이다. 아예 여행업계를 떠나 새로운 생계수단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30년간 여행업에 종사해온 B여행사 대표 안씨는 17개월째 사실상 실직 상태다. 그는 "연간 문을 연 횟수가 3~4번이 고작이다. 그조차도 청소하러 들렀다. 이런데도 사무실 유지경비는 800만 원에서 1천만 원이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D여행사 대표 이모(61)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해서 받은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현재 주5일 30시간씩 대구시 공공근로를 통해 월 130만원씩 벌고 있다"며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행사 대표가 200명이 넘는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트래블 버블의 기회를 살리려는 업체도 있다. 대구의 한 여행사 대표는 "추석 기간 대구 공항에서 베트남 다낭으로 가는 전세기를 띄울 예정인데, 이에 맞춰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또 제주도, 울릉도 등 국내 여행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희망적인 부분은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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