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노인학대 갈수록 심각, 예방에 적극 나서야

  • 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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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  발행일 2021-06-14 제25면   |  수정 2021-06-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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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얼마 전 인천의 한 요양원에서 원장이 입소자를 상습적으로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의 한 요양원장은 입소 노인에 대한 방임 학대 의혹으로 형사 고발되는 일이 있었다. 이렇듯 노인요양시설에서의 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아동학대 못지않게 노인학대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표하는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노인 학대 건수는 5천243건으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대 사례의 84.9%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고, 학대행위자의 74.2%가 자식이나 배우자 등 친족 관계인이었다. 가정이 아닌 노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양로시설 등 노인주거복지시설과 노인요양시설 등 노인의료복지시설을 합한 노인생활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건수가 2019년 486건으로 1년 사이에 27.9%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신고 접수되어 학대판정을 받은 사례로 실제 학대사례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보건복지부가 7일 발표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노인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65세 이상 인구수를 고려하여 추정하면 2019년 기준 학대 피해 노인은 59만여 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학대 피해 노인 1천명 중 9명 만이 신고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학대 피해로부터 보호받는 노인이 학대 추정 건수 대비하여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2004년 노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관련 조항을 만들어 학대로부터 노인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인학대 신고가 저조한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는 학대받는 노인이 신체적·정신적 쇠약 상태에 놓여 있어 학대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의 경우 노인이 학대행위자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식을 감싸고 숨기려 하는 부모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노인생활시설 학대의 경우에는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신고를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자료에 의하면 시설 방문경험자의 학대 목격 경험 비율이 시설종사자의 학대 목격 경험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학대 목격 경험률의 차이가 학대 행위별로 작게는 10.8%부터 크게는 37.4%의 차이가 났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많은 수의 시설에서 노인학대가 잠재되어 있거나 은폐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인학대를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노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사회 전체가 보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노인학대로 판정된 사례 중에서 노인복지법에 의한 신고의무자에 의해서 신고된 비율은 16.7%에 불과하다. 학대 조기 발견을 위해 신고의무제도가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노인생활시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2019년 기준 노인생활시설은 5천911개소이고 입소정원만 21만2천494명이다. 노인생활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시설 학대의 규모를 파악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6월15일은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우리 누구나 노인이 되기 마련이기에 노인학대는 곧 우리의 미래 문제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노인을 공경해 온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가 아동학대에 이어 노인학대까지 알려져 학대공화국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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