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게 핵보유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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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2 08:58  |  수정 2021-06-15 07:58  |  발행일 2021-06-15 제12면
2021년 제1차 DGI환동해상생포럼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한미정상회담 후 한반도 정세' 특강서 강조
"한미정상회담 역사에서 비군사적 분야 논의 등 어젠다의 포괄성 상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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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환동해상생포럼 2021년도 제1차 간담회에서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가 '한미정상회담과 향후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미국에는 북한의 근본적인 안보불안을 제거해 주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북한에는 핵도 보유하고 경제성장도 하겠다는 두 개의 국가목표를 같이 이루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을 납득시켜야 한다."

지난 10일 <재>대구경북연구원(www.dgi.re.kr·장 오창균)이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정세 및 남북교류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DGI환동해상생포럼에서 특강을 한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 후 문재인 정부의 과제를 이렇게 요약했다.

이날 박 교수는 '한미정상회담과 향후 한반도 정세'라는 특강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의 의미를 △한미동맹 아젠더의 확대 △ 싱가포르회담 & 판문점 선언 계승 △미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 끼어있지 않고 미국에 있다고 선언한 점 등 3가지로 정리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한미동맹은 비군사적인 영역으로 발전했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놀랄정도로 아젠다의 포괄성이 상당하다. 우주 개발, 전략물자 글로벌 관리, 코로나 이후 글로벌 보건산업, 테러, 5G & 6G 등 한미정상회담 역사에서 가장 포괄적인 이슈들을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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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환동해상생포럼 2021년도 제1차 간담회에서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가 '한미정상회담과 향후 한반도 정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어 "한미정상회담 선언문에 '싱가포르 회담 & 판문점'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꼭 챙기고 싶었던 이익과 한국이 꼭 챙기고 싶었던 이익이 아주 자연스럽게 교환이 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이 꼭 챙기고 싶었던 이익이 '한국이 미중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쪽에 있다'는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꼭 챙기고 싶었던 이익은, '선언문에 싱가포르 회담 & 판문점 합의'를 넣는 것이다. 북미싱가포르 합의 내용이 4개 항목 1장짜리로 아무것도 아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주 짧고 심플하지만 방향성은 잘 잡고 있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판문점 선언을 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 넣으면서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나쁠 것은 없다. 이전 정부는 넓게 보면 박정희 대통령의 7·4 공동선언,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까지 포함해서,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 또한 인도네이사 대사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 2% 부족하긴 하지만, 한미정상회담 타이밍을 맞춰서 성 김 대북특별대표를 임명한 성의를 보인 것도,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이든 대통령이 표현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재를 해제해 줄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바이든의 의중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바이든 정부가 갖고 있는 협상과 평화로운 해결을 중시하는 일관된 자세가 들어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북한 문제가 있어서 미중 사이에 어느 쪽에 서는 것이 힘들고 곤혹스럽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확실히 동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과 'QUAD' 라는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만이 CRISIS(위기)라고 한 것에 한국이 동의한 것, QUAD라는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동남아(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같이 적시한 것, 미얀마의 인권 상황에 대한 공동 우려 표시 등은 많은 전문가들이 사후에 의아하게 받아 들일 정도로, 미중 사이에서 확실히 중국 편에 서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편을 선택할 수는 없다. 이는 시기적으로 지났고, 위치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렵다.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일관적으로 잘 표현되는 외교정책, 한국의 국가 정체성이 잘 반영되는 글로벌 정책 등, 결과적으로 친미정책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외교정책에 있어 일관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민주당 정부와 트럼피즘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정서가 살아있다. 미국은 외교의 나라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외교의 힘은, 두 축은 국내적 기반(국민적 지지가 필요), 대외적 기반(동맹 지원)이다. 국내적 기반은 국민적 지지가 필요한데, 트럼피즘과 민주당 정부의 공존이라는 것 때문에 국민적 지지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바이든 정부가 이를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환동해 포럼에서 관심가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 미국은 전통으로 아시아를 동아시아, 중동,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시아 4개로 나눠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오바마 이후, 특히 트럼프 때 인도와 태평양을 붙혔다(인도태평양전략). 중동만 예외적이고 나머지 아시아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 인도가 대중국 압박 전선을 정열해 나가는 모양세이다."

코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에 대해 박 교수는 "바이든은 중국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힘이 작아지면서 생긴 힘의 공백을 고스란히 중국이 채우지는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전략이다. 이러한 힘의 공백은, 국제협력이 채우거나, 미국을 절대 위협하지 않는 국가들(적어도 지금은 일본,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과의 협력이 힘의 공백을 채우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고 말했다.

"17세기 이후 국제질서가 재편되면서 각 국가는 생존(서바이블)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한미동맹으로 풀었다. 미국을 통해 생존을 확보한 다음에, 한국형 연성권위주의(박정희체제)로 산업화를 해결하였다. 산업화 후 우리는 한국형 중산층에 의해 민주화를 해결했다. 이러한 주요 고비고비마다 한미동맹이라는 약속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안보 자산으로 활용되었다. 한미동맹은 미국이 맺고 있는 40여개의 동맹과 비교해서, 가장 다이나믹한 적응력을 보이는 동맹이다."

박 교수는 북한 비핵화 정책으로 "김대중 정부는 햇볕으로, 노무현 정부는 이를 이어받았고,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천 달러로, 박근혜는 신뢰로 접근했다. 이런 30년 동안 반복되었던 기능주의적 접근의 실패를 인정한 문재인 정부는, 핵을 무엇으로 포기시키나? 북한은 핵을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생존(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생존(평화)을 주자.'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다만 이의 한계는, 전략 없이 선의로 일관된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 트럼프의 생각(북핵문제가 미국의 어젠다가 아닌 트럼프 백악관의 어젠다)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점, 주요 행위자(미국·중국·일본 등)의 역할에 대한 고민 부족, 한미 대 북중이라는 진영 간 대결을 복원한 것 등의 한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박 교수는 "한반도 평화가 미중 갈등을 악화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것에 대한 정교한 논리를 만들어 구현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고 관리 가능한 비핵화의 대화 방식과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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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환동해상생포럼 2021년도 제1차 간담회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어 최철영 DGI환동해상생포럼 공동대표(대구대 교수)가 진행한 종합토론은 환동해상생포럼 위원, 대구시·경북도·포항시 담당공무원, 대구경북연구원 환동해연구센터 연구원 등이 한반도 정세변화와 지역차원의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중국 언론은 한미정상회담을 '파부침주(破釜沈舟-배를 부수고 강을 건너다), 소위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가 중국이 타킷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사회주의를 막는 방편에서, 중국에 맞서는 용도 전환을 한국이 받아들였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그럼에도 사드사태에 비해 중국이 조용한 것은 한편으로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에 대한 공격성이 없어졌다는 데에 안심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싱가포르와 판문점 합의 존중 이야기를 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문 정부에게 대화와 협상에 의해 북한 문제를 풀라고 한 것이다"면서 "중국은 한편으로는 한국의 용도전환에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 그것 때문에 사실은 북한문제가 안정된 상황으로 전개돼 화를 낼 수도 안 낼 수도 없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남북 간 대치, 중미 대치 상황이 경우에 따라 머지 않는 장래에 중국과 미국의 협력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중국의 일대일로 노선이 한반도 남부지방에까지 관통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이 미리 준비한다면 여러가지 사업이 잘 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북한학 박사)은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더 기다릴 것이다.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북한문제에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고, 바톤을 우리에게 넘겼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기다릴 수 있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남은 기간 문 정부가 속도감 있게 나오느냐 여부에 따라 북한도 입장이 바뀔 것이다. 10월전까지는 입장이 나와야, 그 이후에는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고조될지 완화될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승구 한국가스공사 처장(남북에너지협력추진반장)은 "남북협력은 거시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미시적으로 북한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이 부분에서 단기적으로 반드시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모멘텀이 생길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단기적인 전략·전술이 필요하다"면서 "이벤트성으로 하다 보니 (북한과) 끈을 연결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주체들은 단기적인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관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철영 환동해상생포럼 공동대표는 "DGI 환동해상생포럼은 환동해(일본, 러시아, 중국을 포함하는)시대를 어떻게 대구경북이 주도해나갈지 의견을 나누는 장이다. 오늘 상생리포트와 박인휘 교수 특강으로 국제적인 시각에서 남북관계, 환동해 등 각각의 국가와 대외 관계를 맺어가는 데 있어서 프레임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역설적이게도 남북이 공존해서 경협이 활성화되면, 민족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통일의 길로 가는데,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대구경북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선제적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 차기정부가 남북관계를 어떤 식으로 가져갈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 앞서 대경대 김종남 교수(국제크루즈산업연구소장)이 'Tourism & Cruise Industry for With & Post Covid19'라는 주제로, 박문우 박사가 '포스트 코로나19시대 대북정책-한반도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주제로 리포트를 발표했다.

DGI환동해상생포럼은 대구경북연구원이 지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구경북의 남북교류 및 환동해 협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2019년 10월 창립되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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