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바둑판 교실을 장기판 교실로 바꾸어야 한다"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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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08:14  |  수정 2021-06-14 08:15  |  발행일 2021-06-1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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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교육운동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게 있다면 촌지거부운동이었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촌지라는 말은 사라지게 만들었다. 올해 전교조가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일이 있다면 바로 학급당 학생수의 상한을 법으로 정하자는 입법청원운동이다.

20년 넘게 주장했지만 제자리걸음인 요구였다. 정부 기준으로 30명 이상 과밀학급은 초등 10%, 중등 20% 수준이다. 20명이 넘는 학급을 기준으로 하면 80%가 과밀학급이다. 전면등교를 해도 방역기준을 넘는 학교가 80%라는 말이다. 학급당 학생수가 20명이어야 한다는 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상황이 만들어냈다. 방역을 위해서도 교육을 위해서도 20평 교실에서 한 아이에게 한 평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학급에 36명까지 있는 교실은 마치 바둑판 같았다. 교장이나 교사들 모두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교실이 장기판 같은 학교는 모두 행복해했다. 농담으로 최소한 과밀학급 교사들에겐 초과 학생 수만큼 수당이라도 더 주어야 한다고 했다. 교장인 선배는 내가 초임 땐 56명을 담임했고. 최근엔 13명을 담임한 적이 있다고 하니, 옛날엔 56명이 한 명처럼 행동했지만 지금은 한 명이 50명처럼 행동하는 시대가 되었다면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왜 20명이어야 하는가? 초중등을 기준으로 20명은 코로나19 방역의 조건이라는 근거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별의 성장과 발달 보장, 교수학습의 질 보장,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학습여건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제시한 미래교육인 그린스마트스쿨 또한 과밀학급에서는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기본적인 정책이 '학급당 학생수 20명(유아 14명, 특수-영아2·유아3·초등4· 중등 5명) 상한 법제화'인 것이다. 그렇다고 20명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이다. 최우선순위다.

왜 법제화가 필요할까? 지금까지 정부는 교원1인당 학생수, 학급당 평균 학생수를 기준으로 학생 배치와 교원수급, 교육예산을 편성했다. 교원 1인당 학생수는 비교과 교사수를 포함하여 낮게 보인다는 문제가 있고, 학급당 평균 학생수는 10명인 학급과 40명 가까운 학급의 평균을 낸 것이니 평균의 함정일 뿐이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상한 법제화는 어떤 학생도 과밀학급에서 학습하지 않겠다는 교육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자는 것이다. 기준을 바꾸자는 것이다. 만약 현재의 기준대로 두면 정부는 예산집행의 효율성만 내세울 것이다.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교실증축, 학교신설, 교사확보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돈이 참 많이 들어가는 정책이 맞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추계를 하면 13조원이 드는 정도다. 이것도 5년 안에, 어려우면 10년 안에 해결한다고 보면 정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예산이 아니다. 예산을 스마트교육보다 학급당 학생수 20명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것이다. 예산은 중앙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지역 교육청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법안에도 단계적 감축을 하는 경과조항을 두었다.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자연스럽게 줄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다. 만약 현재의 기준대로 두면 정부는 지금처럼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신규교원을 줄일 것이니 결국 그대로인 셈이다. 대구 수성구 일부 학교의 경우는 20명 상한을 지킬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다. 현재의 대학서열화로 인한 학벌과 입시경쟁교육이 위력을 갖는 한 이들 학교는 해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일부학교의 문제 때문에 모든 학교를 과밀로 둘 수는 없다. 이들 학교는 다른 교육정책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우리교육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을 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없었다. 학급당 학생수 상한을 정하지 않는 한 과밀학급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입법청원(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으로 국회가 일하게 하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 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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