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의 디지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선두 타격기업이 된 이유

  •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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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5 07:28  |  수정 2021-06-1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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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미·중 무역충돌이 갈수록 심해지고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중국기업들이 가장 크게 입고 있으며, 화웨이(Huawei)가 선두 타격기업이다. 미국은 2019년 5월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각종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한 이후 계속 화웨이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여왔다. 이 때문에 화웨이는 TSMC 및 퀄컴 등 미국 업체들에서 반도체 부품을 살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까지 올랐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의 직격탄을 맞고 6위로 곤두박질쳤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화웨이가 당한 제재가 80년대 미·일 무역전쟁에서 사용했던 미국의 수법과 판박임을 알 수 있다. 1970년대 초반 일본정부가 반도체 산업육성에 나서면서 일본의 반도체 산업인재와 기술경쟁력이 높아져갔고 85년에 와서 일본 반도체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93년에는 세계 10대 반도체 회사 중 일본이 6개나 독식하면서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AMD는 순이익이 3분의 2로 줄었고, 인텔은 1억7천300만 달러의 적자를 보고 DRAM 메모리 사업에서 퇴출을 선언했다. 결국 미국정부는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 서명을 요구했고 일본은 국내 반도체 시장의 개방을 강요 받았다. 동시에 미국은 일본 반도체 기업의 수출에 대해 100 %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일본 반도체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여 점차 경쟁력을 잃어갔으며 관련 기업들도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웨이의 제재배경을 단순히 일본기업들의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중요성과 심각성 등 측면에서 크게 다르다. 그것은 오늘날의 세계 경제발전방식이 일본 당시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데이터 통신제품 및 교환기 설비, 운영 업무 등에서 업계 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금의 화웨이는 통신장비 설비 분야에서 시스코를 따돌리고, 5G 표준 및 칩 부문에서 퀄컴을 2배 앞서고 있다. 5G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1천97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통신정보업계에서 화웨이는 디지털 기술산업의 모든 공급체인을 포괄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W.Brian Arthur은 '기술의 본질'에서 경제는 기술의 표현이고 경제 원천은 기술에서 온다고 주장하였다. 기술이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우리의 경제도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부를 창출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 화웨이는 제품과 서비스 판매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 디지털 생태계 상업제국을 구축했다. 비슷한 중국기업으로 샤오미가 있다. 샤오미는 화웨이처럼 디지털 인프라 장비는 취급하지 않고 주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단말기 설비에만 집중했다. 샤오미는 결코 미국제재기업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다.


미국이 보기에 화웨이는 하이테크 기업 및 유니콘 기업일뿐만 아니라 미래의 국가 경제발전과 경제적 이익 및 사회 생존방식을 결정하는 '규칙 제정자'다. 특히 중국에 있어서 화웨이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중국 디지털 인프라의 전반 생태계를 책임진 기업이다. 화웨이 제재이면에는 미·중 정치적 갈등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가 지배하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미국이 선두권을 높치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특히 5G등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되는 인프라영역에서 중국의 기술굴기를 제어하려는 것이다. 미래는 디지털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될 것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선도적으로 이해해야만 미래 디지털경제의 세계화 속에서 시장비중을 키워나갈 수 있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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