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대학생 인턴 선발에 변호사 자격증 우대 '논란'...취준생 "당혹"

  • 서민지,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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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4 16:58  |  수정 2021-06-14 17:02  |  발행일 2021-06-15 제1면

"'대학생' 인턴 뽑으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가져오면 우대해주겠다니, 어이가 없다. 은행 직원 중에서 이런 스펙을 가진 이가 많이 있을지 궁금하다" 하나은행의 대학생 인턴 모집 공고를 본 영남대 4학년 최모(26)씨의 말이다.


하나은행은 16일 오후 6시까지 디지털 분야 '대학생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은행은 모집 공고를 통해 '선도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하나은행을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만들어나갈 인재의 지원을 받는다'고 공지했다. 지원 자격은 오는 8~9월 또는 내년 2~3월 (전문)대학교 졸업 예정자이며, 전문자격증(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변리사, 보험계리사), 디지털 관련 자격증(정보보안기사·ADP·DAP·SQLP·CISA·CISSP) 최종합격자·소지자에게 우대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하나은행 인턴 채용의 문제점을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대학생 인턴인데 변호사 자격증이 우대 자격인 게 맞느냐"라며 당혹감을 나타냈다.
취업준비생들이 채용 회사의 터무니없는 조건에 두 번 울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마당에 일부 기업이 엄청나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취업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채용 우대에 명시된 일부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대학생의 능력 밖인 경우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의 경우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자나 3개월 내 취득 예정자들이 치르는 변호사시험에서 합격해야 얻을 수 있는 만큼, 대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CISSP(국제 공인 정보시스템 보안전문가)는 보안 관련 학위를 보유한 경우 '4년의 경력'이 필요하며, CISA(국제 공인 정보 시스템 감사사)는 시험 합격 후 정보시스템 감사 등 분야에서 '5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ADP(데이터분석 전문가), DAP(데이터아키텍처 전문가) 역시 학사 학위 취득 후 일정 기간 실무경력이 필요하다.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졸자에게 엄두도 내지 못할 스펙이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9월 신입 채용 공고를 내면서 취업준비생들을 황당하게 했다. 국민은행은 서류전형 단계에서 지원자들에게 '자사 모바일 앱을 사용해보고 다른 은행 앱과 비교하며 서비스 장단점과 개선 방향을 평가하라'는 주제의 3~5페이지 분량 사전과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또 온라인 디지털 사전교육을 24시간 이수토록 하기도 했다. "채용을 빌미로 앱 설치를 강제하고, 지원자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거저 훔쳐 가려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일자 국민은행은 전형을 수정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일부 취업준비생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펙을 쌓기도 한다. 경북대 4학년 박모(여·25)씨는 "채용 가산점을 얻으려고 잠을 쪼개서 학기 중에 자격증을 땄지만, 내가 딴 자격증이 과연 실제 업무에 쓰일지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채용이 진행되면 명목은 '대졸자 채용'이지만 실제로는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우선 자격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취업 시장에 불러올 수 있다"며 "아무리 기업 나름대로 필요한 인력을 뽑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에게 부담스러운 자격요건을 강요해 좌절감을 안겨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하나은행 측은 '대학생 인턴' 지원 자격과 관련, "드물지만 대학원을 졸업했다가 다시 대학에 들어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이번 대학생 인턴 채용은 인턴십을 수료하면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을 면제하는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사실상의 공채나 마찬가지다. 역차별 논란을 막기 위해 공채 우대사항과 같게 적용했다"라고 해명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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