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가황' 나훈아의 통일철학

  •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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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6   |  발행일 2021-06-16 제27면   |  수정 2021-06-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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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구대 교수

올해 초 우연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에 관한 나훈아의 생각을 SNS에서 접했다. "나는 이 노래를 싫어한다. 노래가 4분의 3박자라 느려 터져서 두 소절만 들으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빠른 템포로 힘 있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평하는 게 아닌가. 남북한 공동행사에서 빠짐없이 불렸던 노래에 이런 평을 하다니. 큰 충격을 받았다. 나훈아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 무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두루 살펴보았다.

그는 1985년 북한을 처음 방문했다. 북쪽이 고향인 분들이 자신보다 먼저 가야 하는데, 못 가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평양에 들어섰다. 공연이 끝나고 안내원에게 공연을 어떻게 보았는지 물었다. 안내원은 남쪽 무용수들이 관객을 향해 엉덩이를 보이면서 춤을 춰서 북 관객들이 당황했다고 답했다. 여기서 나훈아는 남북한 주민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이 서로 '다름'을 느꼈다. 서울로 돌아오는 평양~개성 사이는 기차로 오게 된다. 기차 안에서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는 노랫말을 지었다. '오늘따라 지는 해가 왜 저다지 고운지/ 붉게 타는 노을에 피는 추억'으로 시작하는 '평양 아줌마'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1994년 나훈아는 또 하나의 통일노래를 선보인다. '하나로'였다. 1절 가사는 이렇다. '북쪽에서 부는 바람 봄을 부르고/ 남쪽에서 부는 바람 꽃을 피우네/그 얼마나 기다렸던 봄이었던가/…북녁네야 남녁네야 손에 손잡고, 우리모두 아리랑 노래 부르자.'

나훈아는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만드는데 북을 앞세운다. 배려고 포용이다. 남은 그러한 분위기에서 '꽃'을 피우자고 권한다. 가사에서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선후의 문제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노래를 널리 알려서 통일을 향한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나훈아는 87년 '엄니'를 발표했다.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부산 출신인 그가 호남 사투리로 노랫말을 쓰고, 호남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감수까지 받았다. 노랫말에는 먼저 간 자식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를 달래주는 자식의 간절함이 배여 있다. '엄니 엄니 워째서 울어쌌소/엄니 엄니 워째서 잠 못자요/잠을 자야 꿈속에서 나를 만나제.' 그러나 이 노래는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들을 위로하지 못했다. 노태우 정부에 의해 금지곡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야 세상 빛을 본 노래다.

2003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남북한 당국에 '정신 차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2005년 광복절 기념일 날 나훈아는 또 한 번 놀라운 발언을 했다. "오늘 광복 60주년인데 광복 같은 건 없는 편이 좋았습니다. 다른 나라가 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그런 일이 애당초 없었어야 되는 겁니다." 미소군정의 부당함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정치권의 국회의원 자리도, 최고 재벌의 거액 공연제안도 모두 거절했다. 오로지 한민족의 한을 씻어내고, 겨레의 응어리를 달래려 고향, 부모, 그리움,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리에 온 힘을 쏟았다.

다가오는 한가위에는 '가황 나훈아, 통일·꿈' 특집을 기대한다. 위에서 언급한 노래 외에도 대동강 편지, 누가, 머나 먼 고향, 꿈에 본 내 고향, 홍시 등을 그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 여기에 BTS가 뉴욕 공연 때 앙코르곡으로 불렀던 아리랑도 함께 무대에 올리면 좋겠다. 강산에의 '라구요'도 포함되길 바란다. 8천만 겨레의 마음에 통일의 의지와 평화의 얼을 담아내는 멋진 무대를 설레는 마음으로 미리 그려본다.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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