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의 정변잡설] 주호영의 패배

  • 정재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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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6   |  발행일 2021-06-16 제26면   |  수정 2021-06-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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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야당 당내선거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국민의힘 대표로 30대가 선출된 것 자체가 한국 정치사에 없던 일이고 그 정당이 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의 계보를 잇는, 한때는 '경로당'으로 풍자될 정도로 보수의 최전선을 아우르는 색깔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그 여파로 설상가상 여당은 보궐선거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꼰대' 이미지 벗기가 급선무가 되었다.

30대 당대표의 출현은 진부한 정치판을 걷어치우고 나아가 내년 대선판도 완전히 새 틀에서 짜야 한다는 의제로 연결되고 좋든 싫든 그것은 이미 정치현안이 되었다. 그 변화가 반가운 반면 아들, 손자뻘 당수를 대구경북 시도민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개운치 않은 착잡함도 있다.

알려진 대로 당선자의 부모는 대구 출신이라고 한다. 그분들이 그대로 대구에 눌러 살았고 아들이 서울이 아니라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더라도, 청년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을까 하는 가정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정치신인, 청년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구의 풍토를 감안하면 그 물음에 머리를 끄덕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복당을 원하는 무소속 한 명을 빼고 모두 같은 당 소속이고 그 수는 그 당 지역구 의원의 삼분의 일에 육박한다. 그런데 그들 총합의 정치적 역할과 힘은 그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법관출신으로서 대구 선거에서 5번이나 내리 당선된, 직전 원내대표인 주호영 후보의 득표현황은 이 지역 정서와 크게 상충되어 일견 이해하기 어렵다. 이준석은 변화의 바람을 탄 것이라고 제쳐두고 나경원 후보와 비교해도 주호영의 성적은 매우 초라하다. 결국 선거의 결과는 주호영 개인의 성적이라기보다 이 지역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당원들의 평가라고 보아야 수긍된다.

지역에서, 누구를 선거에 내보내도 상대를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후보의 경쟁력과 성장가능성 따위를 묻지 않고 적당한 갑을관계에 있는, 무난한 후보들로 선거판을 꾸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치인이 없고 애초 발휘할 정치적 파워가 없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권력에서 재생산되는 지방선거도 같은 형국이니 결국 청년이 설자리는 없었고 그런 현상이 몇 십 년간 반복된 결과 이준석 일가의 상경은 결론적으로 해피엔딩이 된 셈이다.

만물은 유전(流轉)하는 법, 우리도 모르게 지역정치는 이미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준석의 당선은, 새로운 틀을 짜지 않으면 머릿수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이상의 권력을 주지 않겠다는 시도민의 냉엄한 명령이 도착했음을 지역정치인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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