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신상' 이준석이 넘어야 할 두 개의 산

  • 박규완
  • |
  • 입력 2021-06-17   |  발행일 2021-06-17 제22면   |  수정 2021-06-17 07:31
기존 정치문법 파괴는 신선
타고난 감각·친화력 강점
정책·경제 역량은 미지수
야권 대선주자 플랫폼 역할
수권정당 위상 정립이 관건

2021061601000532000020961
논설위원

정치판에 이준석 돌개바람이 분다. '신상' 효과다. 오랜 기간 우리 정치계엔 '신상'다운 '신상'이 없었다. 정치 신인도 금방 여의도의 탁류에 휩쓸리곤 했다. 심지어 재고상품, 떨이상품이 주류 행세를 했다. 하지만 이준석은 기존 정치문법과 공식을 파괴하면서 '신상'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했다. 경선 때부터 사무실, 캠프, 집단문자 발신이 없었다. 당대표가 된 후에도 과거의 루틴을 답습하지 않는다. 여론은 일단 우호적이다. '꼰대정치의 종언(終焉)' '유쾌한 반란' '정치가 재미있어졌다'….

기득권 정치는 국민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눙치기와 오불관언(吾不關焉)이 난무하고 도덕성과 공정의 좌표는 흔들렸다. 진영 충돌이 빚어낸 사회 갈등과 여야의 불협화음이 일상화되면서 경제와 민생은 피폐해졌다. 국민은 구태 정치에 식상해했다. '신상' 정치인에 갈증을 느낄 즈음 이준석이 등장한 것이다.

'0선' 청년 이준석의 제1야당 대표 등극, 우연만은 아니다. 이준석은 정치인의 필요조건을 꽤나 장착했다. 우선 정치적 감각이 남다르다. '공정 경쟁'이란 멘트를 날리며 조국 사태 후 가장 민감한 화두가 된 '공정'을 벼락같이 낚아챘다. 대표 당선 다음 날엔 안철수와 번개 회동을 했다. 타고난 순발력이다. 첫 공식 일정은 대전현충원과 광주 방문. 보수층과 중도층, 호남을 고루 겨냥한 행보였다. 당직엔 여성을 중용했다. '안티 페미니즘' 색채를 희석하려는 포석이다.

'미디어 친화력'도 이준석의 강점이다. 이슈를 만들어 언론의 관심을 끌 줄 안다. 당사 첫 출근 날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탄 게 단적인 사례다. 경선 후보 방송토론에선 단답형 질문으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이준석에 대한 의구심은 엄연히 상존한다. 아직은 그의 '진짜 실력'을 모른다. '신상'은 분명한데 명품인지 짝퉁인지 헷갈린다. 정치철학과 정체성도 애매모호하다. 수구 반공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보수정당의 이념교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저서 '공정한 경쟁'에선 약육강식의 정글자본주의를 두둔한다. 공정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공정경제 3법'엔 부정적이다. 보수언론에선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으로 표현하지만.

정책 판단 능력과 경제 안목도 오리무중이다. 공천 자격시험, 토론 배틀 따위의 지엽적 문제만 언급했을 뿐이다. 정책과 정치를 아우르는 밑그림을 그려낼 역량이 필요하다. 특유의 직설화법도 '이준석 리스크'다. 김종인 재영입이 몰고 올 파장 또한 예단하기 어렵다.

'이준석 효과'를 실증하려면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하나는 대권 주자들의 플랫폼 정당 역할이다. 당내외의 범야권 잠룡을 모두 끌어들여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국민의힘 후보로 낙점해야 한다. 그러나 '버스론'에 '택시론'으로 맞받는 등 국민의힘과 윤석열 측의 밀당은 더 격해지고 있다. 플랫폼 정당으로의 여정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또 하나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다. 이준석과 새 지도부 등장으로 국민의힘은 환골(換骨)까진 아니더라도 탈태(奪胎)는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책과 비전'은 낙제점이다. 부동산이 그 난리를 쳐도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했고, 복지담론을 담은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청와대·여당 때리기에만 골몰하며 정책정당·대안정당의 입지를 스스로 훼손했다.

'신상' 효과는 지속성이 관건이다. 지속성은 품질 즉 실력이 담보한다. 실력주의, 능력주의를 주창한 이준석이다. 그는 '찐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의문부호는 남는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