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정치인 윤석열과 정치인 조국

  •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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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1   |  발행일 2021-06-21 제25면   |  수정 2021-06-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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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임기 중 사퇴한 지 석 달 만에 야권의 대선주자로 사실상 등판했다. 윤 전 총장이 낙마시킨 조국 전 장관은 재판에 매여 있으면서 책 '조국의 시간'을 출간해 '견디고 기다릴 것'을 다짐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안을 마련하고 윤 전 총장이 반대했던 공수처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해 이제 막 몇 가지 수사를 하기 시작했다. 3개월 검토 끝에 최근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고발사건을 정식으로 입건했다고 한다. 같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장관과 총장의 관계였지만,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낙마시켜 부인과 동생을 구속하고 당사자 본인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기고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기자들 앞에서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정치에 뛰어든 후, 다른 한 명이 입안한 수사기관의 '수사대상'이 되는 역사의 흐름에 서 있는 것이다.

나는 머지않은 미래 '정치인 조국'의 탄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예상에 동의한다. 정치는 권력을 잡고 싶어서 스스로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운명처럼 '시대가 정치를 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 같은 사람을 후자로 보는데, 권력다툼이 어느 세력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나 상징적인 인물 가족의 멸문지화 같은 '사건'을 만들게 되면 그 지도자의 평생의 동지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하여금 평소 원하지 않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이 검찰개혁으로 상징되는 권력개혁에 대한 부당한 공격인지, 위선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정당한 응징인지는 '논증'으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월이 흐른 후 그 시대가 '평가'해야 할 문제다. 지금 확실한 것은 조 전 장관이 명예를 회복하고 멸문지화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는 것 뿐이고, 조 전 장관 스스로도 그 운명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정치인이 된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원해서 정치를 한다고 본다. 정권에 맞서다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기는 했어도, 수사를 못하게 해서 용퇴하거나 정권에 의해 잘린 것이 아니라 통제 없이 수사하고 법원이 임기를 지켜주는데도 '헌법정신과 법치주의 수호'를 외치며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검사직을 버리고 스스로 선택한 만큼 훌륭한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특히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의 '위선'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전방위적인 강제수사를 펼쳤고 그 일을 시작으로 대선주자의 반열에 올랐기에, 이제 자신과 그 가족에 대한 검증을 더 확실히 넘어서야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윤 전 총장 자신이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될 수사개입·수사무마, 부실수사, 수사·기소방해 등의 혐의뿐만 아니라 부인과 장모가 이미 재판에 넘겨졌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주가조작, 특혜, 요양급여 부정수급, 잔고증명서위조·동행사, 투자수익금 횡령 등의 혐의를 깨끗이 벗어야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의 진정한 수호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에서, 어느 날 육군참모총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나는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군대는 국민의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군인 인사권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하고 국방부 장관이 보낸 감찰서류 수령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윤 전 총장을 비판한다. 먼저 정치인이 된 윤 전 총장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정치적으로 입증할 기회가 먼저 오고 있다.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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