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효철(대구동구의회 의원)…독립운동 유공자 후손은 대구에서 살면 안되는가

  • 신효철 대구동구의회 의원
  • |
  • 입력 2021-07-01   |  발행일 2021-07-01 제21면   |  수정 2021-07-01 08:13

신효철
신효철(대구동구의회 의원)

대구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후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펼친 거점 도시다. 을미사변 이후 최초의 의병장 문석봉은 달성 현풍 출신이고 거국적 구국운동인 국채보상운동도 대구에서 불이 지펴졌다.

조선국권회복단 중앙총부는 대구 앞산 안일사에서 창립모임을 가졌고, 1910년대 최고의 무장항일결사인 대한광복회도 달성공원에서 결성되었다. 1920년대 최고의 무장 항일결사 의열단의 창단 주역도 대구출신 이종암 지사다. 또한 의열단의 단원인 광야의 시인 이육사, 의열단의 유일한 여성단원 현계옥도 대구 출신이다.

1919년 3월8일 시작된 대구의 만세운동은 경상도 전역에 영향을 미쳐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전국적으로 태극기가 휘날리도록 하였다. 상해임정 요인 현정건과 일장기 말살사건의 소설가 현진건 형제 그리고 항일 중국군 장군 이상정과 민족시인 이상화 형제도 대구 사람이다. 대구는 독립직전까지 다혁당, 태극단, 혜성단 등 학생운동이 끊이지 않았던 불굴의 항일도시였다.

무수한 독립지사를 배출한 대구에는 현재 159명의 독립운동 유공자가 서훈을 받았다. 이는 1925년 인구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에 이르는 대단한 숫자다. 가히 대구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의 성지인 것이다. 인구 250만, 교육과 문화의 도시이자 전국 유일의 독립운동가 전용 국립묘지가 있는 국채보상의 도시가 대구다.

하지만 독립운동 유공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대구는 과연 독립운동의 도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가. 1945년 이전에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는 손자녀까지 혜택을 받고, 이후에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직계 당사자만 혜택을 주는 게 현재의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에 대한 의료혜택이다. 1945년 이후에 돌아가신 독립운동가 후손은 기본적인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은 현실이다. 독립운동 유공자 손자녀에 대한 혜택 또한 제한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 또한 지자체마다 차등을 두고 있는 현실이다. 대구는 독립운동 후손분들에게 의료비로 지급하는 금액도 전국에서 최하위다. 수도권 및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무제한 지원해 주지만, 제한을 두고 지원해 주는 일부 시도조차도 우리 대구보다 많은 금액을 보장하고 있다.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예우도 지방 차별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지하에 계시는 독립운동 지사들이 통탄할 일이다.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세종, 충남과 같은 곳에서는 제한 없는 의료비 지원이 있지만, 대구는 1년에 가구당 100만원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얼마나 의료비 지원이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원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친일한 집안은 부와 명예를 누리고, 독립운동한 집안의 후손은 부와 명예는커녕 생계조차도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조차 제한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옛 대구는 식민지해방투쟁의 심장이었으나, 오늘의 대구는 독립운동 지사님들의 애국활동을 무시하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일제강점기 시대 인구비율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대구, 국립 신암선열공원이 있고 조양회관과 독립운동 기념탑이 있는 대구, 국채보상운동의 도시에서 독립활동에 대한 예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야말로 문제가 아니겠는가.

27년째 GRDP가 가장 낮은 도시, 가장 가난한 도시 대구. 그러나 가난해도 자존심 하나로 살아온 대구가 이제 경제도 최하, 애국심도 최하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구 10만명을 오가는 안동, 밀양, 나주 등지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아직 독립운동기념관이 없는 현실이다. 대구시는 현재 제한된 독립운동지사 후손들에 대한 지원 대상 폭을 넓히고, 의료비 지원 제한을 풀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비뿐만 아니라 적절한 생계지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구시는 대구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을 만들어가는 대구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에서 독립운동 유공자 후손들에 대한 예우를 할 수 없다면 시민이 나서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대구를 만드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신효철(대구동구의회 의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