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급식의 진화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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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1 07:46  |  수정 2021-06-21 07:59  |  발행일 2021-06-21 제12면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선생님, 오늘 하루 중 감사한 일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저녁 무렵의 연수에서 감사한 일 세 가지에 대해 작성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생각하지 못한 질문에 잠깐 주춤한다. '출근길에 차가 많이 밀리지 않은 것, 점심시간에 톡 쏘는 맛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고추냉이가 들어간 반찬이 나온 것, 저녁 시간 연수가 있는데 아이를 맡길 여동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라고 적는다. 이렇게 나의 감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학교 급식이다.

학교는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집합체다. 학교 급식은 학습과 평가, 상담, 학생 생활, 행정 등과 더불어 학교를 온전히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허기를 채우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점심시간을 기다려보았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급식계획표를 줄줄 꿰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받는 기분으로 급식판을 채운다. 토마토스파게티만 생각했는데 크림스파게티가 나온다. 한 학생이 급식 지도를 하고 있는 내게 자랑하듯 말한다.

"선생님, 이거 제가 제안한 메뉴예요." "오~정말?" "급식으로 토마토스파게티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크림스파게티도 한 번씩 나오면 좋겠다고 건의했었어요."

자기가 제안한 음식이 나오니 신이 난 모양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기특하지만 그것을 생각해 두었다가 메뉴로 돌려주는 마음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 의사 결정 방식이 식단 속에도 있다.

이제 학생들은 급식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같이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기를 원한다.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적절성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을 통해 학교 급식은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

식단표를 보면 급식의 변화가 한눈에 보인다. 국수하면 잔치국수나 메밀국수를 떠올리지만 그런 것뿐만 아니라 베트남 쌀국수가 제공되기도 한다. 돈가스에 국물을 자작하게 넣은 음식을 보고 무엇인지 알 듯 말 듯하여 이름을 물어본다. 일본식 덮밥인 가츠동이라고 한다. 이국적인 음식들을 보며 급식이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학생들의 입맛, 사회적인 여건, 다양한 사회·문화 등 환경이 변했으니 학교 급식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의 변화는 급식 속에도 나타난다.

학생들에게 종종 급식으로 나오는 메뉴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좋은지 묻기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기 반찬을 좋아한다. 튀김류나 디저트 종류도 인기다. 채소 반찬을 선호하는 학생들은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채소를 섞어 먹이려는 노력이 많이 보인다. 잘게 썰어주거나 비빔밥으로 제공하거나 고기에 채소를 함께 주는 등의 방법이 그것이다.

나중에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먹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급식을 통해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입에 당기는 것만을 제공할 수는 없다.

학교 급식은 단순히 한 끼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교육이다. 국이 싱거운 이유를 학생들은 여전히 아쉬워하지만 어린 시절의 건강한 식습관이 우리 학생들의 건강한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이유로 건강 교육, 영양 교육, 입맛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도시락 세대인 나는 점심시간과 관련한 추억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그 속에는 하루에 두 개씩 꼬박꼬박 점심을 챙기던 어머니의 사랑과 노력도 함께 담겨 있다. '밥은 또 하나의 집'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급식 속에도 밥이 주는 격려와 위로가 있다.

훗날 학교 급식은 우리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기억될까?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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