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이준석의 시간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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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1   |  발행일 2021-06-21 제27면   |  수정 2021-06-2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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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택 논설위원

지난 5월 초다. 지인들끼리 점심을 먹다가 화제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누가 될지로 옮겨갔다. 기자는 이준석이라고 예상했다. "오버 하는 것 아니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은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 이른바 ‘나·주’에 밀려 3위였다. ‘0선’에 ‘30대’인 이준석 후보가 당 대표가 된 지 열흘이 됐다. 정치판 아니 세상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의힘 당원의 30%를 점하고 있는 보수의 성지 대구가 그렇다. TK를 대표하는 5선의 주호영 의원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이 후보와 팔공산 등반과 서울 수락산 등산으로 치고받았다. 본전조차 건지지 못했다. 나·주 후보 간 단일화도 원천 봉쇄당했다. 이 결과가 대구경북에 주는 메시지는 뭔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오랜 실망이 투표에 투영됐다는 점이다. 주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이례적으로 지역 원내 인사들이 최고위원 출마까지 포기했다. ‘TK당심과 민심이 밀어주겠지’라며 마음 놓다가 된통 당했다. TK도 이젠 만만한 집토끼가 아니다.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다.

이 대표 길들이기도 이미 시작됐다. 그 흔한 허니문 기간도 없다. MZ 세대 마음을 잡지 못하면 폭망이라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여당이 날리는 견제구야 이해가 된다. 당내에서의 공격은 의외다. 이 대표야말로 귀하게 얻은 원석(原石)이다. 국민과 당심이 보낸 옥동자다.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가공하고 다듬어서 귀한 보석으로 키우는 역할은 당내 중진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도 구상유취(口尙乳臭)라는 투로 비아냥대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자당 정치인 자질 테스트와 토론 배틀에 대해선 결사반대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치인 자질 테스트에 대해 찬성이 60%를 상회했다.

이준석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위를 달리고 있고, 호남에서의 입당 러시가 그것이다. 일부 당내 중진들은 눈물이 날 정도라고 했다. 전당대회 나흘 전 대구에서 "저를 발탁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맙다. 하나 탄핵은 정당했다"라고 했다. 예상과 달리 당 대표 선거에서 먹혔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인 ‘탄핵의 강’을 넘었다.

이 대표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명쾌하다. 안철수 대표에게 합당 촉구를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입당을 권유했다. 설득력이 있다. ‘간 보는 정치’는 세대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겐 구태다. 당내에서 이 대표 뒷다리 잡기마저 통하지 않자 "비전과 정치철학이 없다"면서 구시렁거린다. 경력과 경륜이 있다던 중진들이 내면 될 것 아닌가. 그게 싫으면 정치판을 떠나라. 장강(長江)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자고로 어린 손주한테도 배울 게 있다고 했다"는 속담도 잊었는가. 국민의힘이 잘한 게 뭐가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의 시간’에서 비롯된 내로남불 때문 아닌가.

지난 4·7재보궐선거 참패 후 죽비를 맞았다던 더불어민주당은 변할 기미조차 없다. 맨 먼저 이제 유통기한이 지난 ‘운동권적 사고방식’을 버려라. 먹으면 배탈 나는 요리다. 고깝더라도 귀담아들을 건 들어야 한다. 공정과 정의를 내팽개친 업보(業報)가 바로 ‘이준석 탄생’이란 점을 왜 모르는가. 집권 여당이 살 길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최근 인터뷰에 있다. 4년간의 참회록이다. 그가 누군가. 멀리 갈 것도 없다. 2년 전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180여 석을 안겨준 인물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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