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학가 쓰레기 불법투기로 '몸살'...신분 확인 못하게 영수증은 빼고 버려

  • 이자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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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0 16:34  |  수정 2021-06-20 16:42  |  발행일 2021-06-21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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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한 대학가 원룸촌 전봇대 앞에 쓰레기가 종량제 봉투에도 담기지 않은 채 무단투기돼있다.

대구지역 대학가가 쓰레기와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대학가 원룸촌의 한 원룸 건물 앞엔 사람들이 버리고 간 흰 비닐봉지들이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비닐봉지 안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은 물론이고, 분리배출 해야 할 페트병과 캔·유리병 등이 함께 담겨있었다. 음식물 쓰레기가 더운 날씨에 빠르게 부패하면서 발생한 악취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다. 날파리 등 벌레들도 쓰레기 주변에 가득했다. 원룸 건물에서 10여m 떨어진 전봇대 아래엔 폐가구뿐만 아니라 삐져나온 쓰레기들이 도로 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한 원룸 건물 주인은 "자기 집이란 생각이 없어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 같다. 배출 요일과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종량제 봉투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시에서도 단속을 나오고, 한 주 한 번씩 개인 청소 업체를 부르기도 하는데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대학가 쓰레기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원룸에서 자취하고 있는 대학생 이모(27)씨는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며 "배달을 시키면 봉지가 딸려오기 때문에 거기에 그대로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에 쓰레기를 모아두는 게 싫어서 배출 요일이나 시간보단 그냥 내가 원할 때 쓰레기를 버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악한 불법 투기'에 단속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단투기된 쓰레기를 일일이 뒤져 쓰레기에 포함된 주소를 찾아야만 적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씨는 "배달 영수증만 없으면 누가 버린지 모르기 때문에 영수증을 빼고 버리거나 라이터 등으로 영수증에 적힌 주소만 없앨 때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5·북구)씨도 "단속 CCTV가 없는 가로등이 인근에 버리면 그만"이라며 "얼굴만 가리고 쓰레기를 버리면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무단투기 행위자를 발견한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쓰레기불법투기 신고포상금제'도 실효성이 낮다. 신고자는 위반자 발견 후 한 달 이내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자가 위반 행위를 포착하기도 어렵고, 위반행위를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위반자의 신상을 알아내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주민 박모(60)씨는 "대학 원룸촌 쓰레기 문제는 하루 이틀 거론된 게 아니다. 일년 내내 쓰레기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관할 구청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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