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가산 북창마을 (架山·902m·경북 칠곡군)

  • 최원식 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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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5   |  발행일 2021-06-25 제36면   |  수정 2021-06-25 08:59
울창한 푸른숲 속 서어나무가 깔아준 야자수잎 길 따라 힐링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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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저수지에서 본 가산 일대.

가산을 오르는 코스가 여럿 있는데 대부분 칠곡군 동명면 진남문에서 올라 가산산성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코스는 잘 알려져 있지만 가산산성의 북쪽 칠곡군 가산리 북창마을에서 오르는 코스는 생소하다. 북창마을. 가산산성의 북쪽에 위치한 자연부락으로 아래산당, 위상단마을로 나뉘는 일대를 북창마을이라 하는데 가산산성의 북쪽 창고가 있던 마을이라 붙여진 지명이다. 북창마을에서 가산 정상부로 이어진 바위능선은 자연스레 성벽을 두른 듯 바위봉우리로 이어져 있다. 우뚝 솟은 668m 봉우리에서 708.5m, 839m 봉우리가 층층이 보인다고 삼층이 능선이나 삼칭이 능선으로 불리는데 뾰족뾰족 솟아오른 봉우리는 중압감이 느껴진다.

북창마을서 가산 정상부 바위 능선
성벽 두른 듯 바위봉우리로 이어져
계곡 낀 농로 따라 가면 북창저수지
팔공산 둘레길 노란리본 걸려 안내
산책길 같은 완만한 길위로 숲 그늘
복수초 핀 자리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
내려가는 길 폐광산서 푸덕이는 박쥐

북창(산당)저수지 입구 도로변에 가산산성권역 농촌마을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농로를 따라 약 400m를 가면 북창(산당)저수지 바로 아래에 넓은 주차장과 쉼터가 있다. 입구에서 걸어서 올라와도 되지만 승용차 정도는 충분히 오를 수 있겠다.

저수지 둑으로 오르는 긴 계단을 바로 올라도 되고 오른쪽으로 숲길로 오르는 길을 따라 오를 수도 있지만 저수지 둑에서 만나게 된다. 입구에 세워진 종합안내도에는 북창저수지로 표기되어있으나 이정표나 저수지 수위관리 시설에는 산당지, 산당저수지로 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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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산성 북문.

저수지 둑에서 가산바위 2.6㎞로 적은 이정표 방향으로 '팔공산 둘레길'로 적은 노란 리본이 걸려있다. 저수지가 끝나는 지점 왼쪽에 개상웅덩이, 너리청석, 토끼바위를 차례로 지나는데 계곡의 반석의 생김으로 붙인 이름인데 아리송하다. 이름이야 어떻든 반석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은 수량은 많지 않지만 맑고 차다. 토끼바위에서 약 8분을 더 오르면 '윗산당부락 1.42㎞, 가산산성 1.28㎞'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이 갈림목이다. 이정표 바로 왼쪽 정면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보이는데 하산하게 될 길이다. 소나기 예보가 있던 터라 바위능선을 오르기보다는 가산바위로 바로 올랐다가 하산 때 기상상황을 봐서 이 길을 따르기로 하고 가산산성, 가산바위 방향의 계곡을 건넌다. 산책길 같은 완만한 길인 데다 하늘을 가릴 만큼 빼곡한 숲 그늘이다. 이마에 땀이 맺힐 만하면 벤치가 있어 쉬어가기 좋고 한여름 산행지로도 좋을 듯하다. 모퉁이를 한번 돌아나가자 오른쪽에 작은 웅덩이가 보이고 왼쪽은 텃밭을 일군 흔적이 보인다. 깊은 산중에 밭을 일군 걸 보면 산성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볼 뿐 근거는 알 수 없다. 이후부터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이지만 힘든 구간은 아니다. 이른 봄 군락으로 피었던 복수초는 무성히 자란 잡초에 묻혀 흔적을 찾을 수 없고 탐스럽게 익은 산딸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숲에서 빠져나오니 정면에 성벽이 보인다. 그 가운데 암문(暗門)으로 보이는 성문을 지나니 넓은 공터다. 이곳이 가산산성의 북문이 있던 지점인데 망루 같은 흔적은 허물어지고 없다. 성안으로 들어서서 왼쪽으로 선명한 길을 따르면 작은 수로를 지나 다시 울창한 숲속 길이 이어진다. 매끈한 근육질의 서어나무가 성인의 팔로 한 아름 굵기로 자라는 숲 사이로 야자수 깔개를 깔아 길을 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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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서 만난 박쥐.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 서문으로 가는 갈림길인데 정면으로 백 미터만 더 오르면 가산바위다. 휴일임에도 북창마을에서 여기까지는 단 한 명의 산객을 만나지 못했는데 가산바위 방향에서는 인기척이 들린다. 자연스레 마스크를 꺼내 쓰고 가산바위 철 계단을 오르니 군데군데 여럿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보쌈'의 한 장면이 이곳 가산바위였다는 사실을 동행한 후배가 알려준다. 여주인공이 섰던 위치가 여기쯤이라며 사진을 한 컷 찍어달란다. 가까이 유학산과 금오산 방향으로 대구 칠곡 방향의 조망이 거침이 없는 명소다.

일명 가암(架巖)으로 부르는데 사면이 깎아지른 듯이 우뚝 솟아 있다. 넓은 바위 가운데 깊이 5~6m는 돼 보이는 바위 구멍이 있다. 내려다보면 아찔한데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도선(道詵)이 지기(地氣)를 잡으려고 바위 위 구멍 안에 쇠로 만든 소와 말의 형상을 묻었는데 조선시대 관찰사 이명웅(李命雄)이 성을 쌓으면서 없애버렸다는 전설이 있다. 이쯤이려나. 대충 가늠해 보고는 다시 철 계단을 내려선다. 가산 정상과 용바위 전망대로 가려면 중문으로 가는 숲길을 따라도 되고, 성벽을 따라 올라 중문으로 가도 된다. 성벽을 따라 오르다가 보수공사가 한창인 성벽에서 왼쪽으로 나가면 중문을 만나고, 동문 방향으로 넓은 길을 따르면 왼쪽 용바위 0.4㎞, 유선대 0.5㎞ 이정표를 따라 5분 정도 오르면 가산 정상이다. 팔공산 정상부가 보이는 가산 정상에 올라서니 오전에 올랐던 북창마을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북창(산당)저수지 앞에 세워둔 차량이 점으로 보인다.

성벽을 따라 용바위 전망대를 지나 유선대에 서니 가산 정상 뒤로 팔공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 터다.

여기서 성벽을 따라 내려서면 가산바위 갈림길에서 북문을 거쳐 북창마을로 되돌아 내려갈 수 있고 삼칭이 능선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는데 바윗길이고 험로여서 초심자라면 북문 방향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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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대에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839m 봉우리

유선대 끝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그 왼쪽 아래에 희미하게 길이 나 있다. 간혹 안내리본이 달려있기는 하지만 눈여겨보아야 한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한 평 남짓한 바위를 만나게 되고, 바위에 올라서니 정면으로 건너다보이는 839m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길을 찾아 바위를 돌아 올라서니 절벽으로 이루어져 더 이상 진행할 길이 보이질 않는다. 다시 되돌아 내려서서 안부에서 북쪽의 골짜기로 내려서면서 668m 봉우리가 있는 능선으로 붙어보지만 희미한 길이라 소개하기는 어렵겠다 싶어 안부에서 내려서던 골짜기를 200m쯤 내려서서 오른쪽 능선을 따른다. 희미한 능선을 따르는데 무덤 같은 나무 무더기 두 곳을 만났다. 멧돼지가 주변 나뭇가지를 꺾어다가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은 자리다. 인적이 없는 능선에서 간혹 만나는 멧돼지 둥지는 만날 때마다 섬뜩섬뜩하다. 이미 둥지를 떠났지만 멀찌감치 돌아 이어진 능선을 따른다. 길이 희미하지만 능선만 따르면 위험한 곳은 없다. 30분쯤 내려서니 청주 한씨 무덤과 그 아래 유인 안동 권씨 무덤을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가 왼쪽에 동굴이 보인다. 금·은을 채굴하던 폐광산인데 깊이는 7~8m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으로 조금 전에 만난 동굴보다 규모가 더 큰 동굴을 만난다. 입구는 좁은데 들어서면 성인이 서서 걸을 만큼 넓고 길이는 30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동굴을 비추는 전등 불빛에 놀란 박쥐가 푸덕인다. 대략 20여 마리의 박쥐가 이 동굴의 주인이다. 잠시 시원한 동굴을 둘러보고 5분 정도 내려서니 오전에 올랐던 '가산산성 1.28㎞' 이정표 갈림길을 만난다. 하늘빛이 더해져 검푸른 북창저수지를 지나 마을 앞까지는 30분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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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북창저수지 입구 -(10분)- 북창저수지 -(20분)- 가산산성 1.28㎞ 이정표 갈림길 -(40분)- 가산산성 북문 -(20분)- 가산바위 -(30분)- 가산 정상 -(7분)- 유선대 -(10분)- 839m 봉우리 -(50분)- 가산산성 1.28㎞ 이정표 갈림길 -(30분)- 북창저수지 입구

가산산성 북쪽의 북창마을은 육지속의 섬으로 불릴 만큼 오지 중의 오지로, 인적이 드문 조용한 마을인데 전원주택 붐이 일면서 몇 채가 늘어났을 뿐 여전히 오지마을이다. 팔공산둘레길을 조성하면서 북창마을에서 가산바위로 오르는 코스를 정비한 곳으로 산객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호젓하게 근교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유선대에서 839m 봉우리로 있는 길이 희미해 길 찾기가 까다롭지만 힘든 구간은 없다. 소개한 구간은 약 6.5㎞ 거리로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중앙고속도로 가산IC에서 내려 5번 국도를 따라 효령면 군위농협 하나로마트 직전 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용매로를 따른다. 약 6.5㎞를 가면 용수교회를 지나고 삼거리에서 우회전으로 약 1.7㎞를 더 가면 목수의집 펜션 지나 70m 지점 오른쪽에 가산산성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주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가산리 544 (산당저수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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