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대면수업 위한 과제…"학급당 학생수 20명이하 땐 학생중심 수업 가능"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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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8 07:39  |  수정 2021-06-28 07:45  |  발행일 2021-06-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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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등교 수업을 하고 있는 대구 달서구 월성초등 5학년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감염병 위험은 우리 삶 자체를 바꿔놓았다. 학교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등교해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뛰놀던 것이 당연했던 학교 생활은 코로나19로 등교 자체가 불가했다. 지난해 대구의 초·중·고 평균 등교일은 108일에 머물렀다. 법정수업일수 190일(지난해 171일)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원격수업이란 대체재가 응급조치됐지만,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완전히 대신하진 못했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따른 효과 차이, 학생 건강권 침해 문제, 가정 내 돌봄 환경이 취약한 학생들의 교육 격차 등 한계가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시기에도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 실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학급 수는 12만3천761개이며, 초등학생은 274만7천219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22.2명이며,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 상한제를 실시할 때 필요한 학급은 13만7천360개로, 현재보다 1만4천775개가 더 필요하다. 이에 따른 교원은 1만8천468명이 더 필요하다. 20명 이하 학급 수는 3만1천850개이며, 21~30명의 학급 수는 8만6천959개, 31~35명의 학급 수는 4천679개, 36~40명 학급 수는 265개다.

대구의 경우 초등학교 학급 수는 5천458개, 초등학생은 12만6천122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으로, 경기(24.71명)에 이어 17개 광역시·도 중 둘째로 높다. 20명 이하 상한제 적용 시 필요 학급 수는 6천306개로, 현재보다 848학급이 더 필요하다. 이에 따른 교원 수는 1천60명으로 추산된다. 중학교는 현재 2천501개 학급으로, 중학생 수는 6만2천108명, 학급당 학생 수는 24.8명이다. 고등학교는 2천800개 학급으로, 학생 수는 7만482명, 학급당 학생 수는 25.2명이다. 20명 이하 상한제 적용 시 필요 학급 수는 현재보다 중학교 604개 학급, 고등학교 724개 학급이 필요하다. 필요 교원 수는 각각 906명, 1천448명이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필요성

전교조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은 안전한 대면수업뿐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한다. 학급당 학생 수는 실질적인 교육여건의 기준이라는 것.

2020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학급당 학생 수가 21명이 넘는 학급의 비율은 초등 84%, 중학교 84%, 고등학교 72%다. 31명이 넘는 학교만 보면 고교는 3%, 초등은 10%, 중학교는 20%에 달한다.

지난 3월 전교조가 교사 9천879명(초·중·고 교사 5천984명, 유치원 교사 3천895명) 대상으로 진행한 '과밀학급 실태조사' 결과,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아 14명) 이하일 때 교육의 질이 높다진다는 응답은 90.8%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8월 교사 4천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상황, 2020년 1학기 교육실태와 교사 요구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42.6%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교육현장의 문제점으로 '과밀한 학급당 학생 수'를 꼽았다.


학생수 감축 장점
기초학력 부족한 학생 개별 지도
유치원은 유아-교사 상호작용 증대
교육과 방역 가능한 안전학교 기대

현실적 한계
학교 신·증축 등 막대한 예산 소요
교사 인건비 5년간 7조8천억 추계
학부모 '학교 선택권' 침해 문제도



전교조 관계자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면 초·중·고의 경우 학생 중심 수업이 가능하고, 교육과 방역이 가능한 안전한 학교가 될 수 있다. 또한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 학생의 개별지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유치원의 경우엔 유아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개별 지도가 가능하고, 유아-교사 상호작용 증대, 안전사고 발생률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상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고2 학생들의 교과별 성취수준 비율이 국어·수학·영어에서 모두 떨어졌다. 중3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전년 대비 각각 7.5%포인트, 3.6%포인트, 8.7%포인트 하락했고, 고2 학생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2019년보다 각각 7.7%포인트, 4.7%포인트, 2.1%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기초학력 미달의 경우 중3 학생은 전년보다 각각 2.3%포인트, 1.6%포인트, 3.8%포인트 증가했고, 고2 학생은 전년보다 각각 2.8%포인트, 4.5%포인트, 5.0%포인트 늘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초·중·고 학급당 학생 수 20명(유치원 14명) 상한제가 갖는 교육적 의미와 효과'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유지할 수 있을 때 교사도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습자에게 더 많은 배려와 집중을 가능하게 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아래로 유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교육격차 해소의 유효한 접근 방식"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한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상한 법제화가 되면 학교 신·증·개축, 학급 증설, 교원 확보 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전경원 교육정책자문관의 연구에 따르면 5년간(2024~2028년) 전국 과밀학급(20명 초과) 해소를 위해 교사 인건비는 2025년 1조8천211억원, 2026년 1조9천139억원, 2027년 1조9천984억원, 2028년 2조868억원 등 5년간 총 7조8천20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된다. 총 학급 수 증가분(3만2천867개)에 교실당 공사비(1억7천979만원 기준)를 계산하면 2024년 5조9천91억원의 재정 소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교실을 증축해 학급 수를 늘릴 경우 5년간 총 13조7천293억원이 필요하다.

대구의 경우엔 학급당 인원 20명 이하를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으로 2천127개 학급, 교사 3천315명이 필요하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시교육청이 추산한 학급당 30명 이상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필요한 학교 신설, 교실 증축, 학급 증설, 교원 증원 규모는 150개 학급교실과 220명 정도의 교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증축 학급교실을 학교 신설로 환산할 경우 24학급 기준 7개의 학교 설립이 필요하며 비용은 약 2천800억원이 필요하다"며 "20명으로 추산해보면 학급 수는 2천100여 개, 교사는 3천300여 명이 필요한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추진하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령인구 급감이 매우 심각한 단계에 있다. 올해 대구의 초등 1학년 입학생은 1만9천618명인데, 2023년부터는 매년 2천명 가까이 줄어들어 6년 후인 2207년에는 1만935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한해 2천명이 줄어들면 초등 5개, 중·고교는 각각 2개 이상 사라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가 눈에 보이는데, 20~30년은 있어야 하는 교원을 증원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상한 법제화를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 침해 문제다. 실제 대구의 학급당 30명 초과인 과밀학급은 수성구와 달서구·중구 일부지역에 집중돼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학교 기준 반경 1.5㎞ 이내 거주하는 학생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특정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이사를 왔는데, 강제적으로 학생을 배치한다는 것은 주거 자유 및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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