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학교가 재미있는 여섯 살 아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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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8 07:45  |  수정 2021-06-28 07:47  |  발행일 2021-06-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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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많은 부모님들은 말을 잘 듣던 아이가 일곱 살이 되면 무엇을 시켜도 사사건건 '왜'라는 토를 달며 말을 안 듣는 '미운 일곱 살'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처절한 수양과정이라고도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생후 처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이런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들 보기에는 반항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러나 뇌과학자들에게 이 시기는 아이들의 뇌 발달이 활발해지면서 부모의 예스맨에서 독립하여 자아를 찾아가는 정말 신비로운 시기입니다. 또 이 시기 아이들의 뇌발달이 활발해지면서 지적호기심도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래서 그냥 예스라 답하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이 많아지죠. 그리고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여, 이 시기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호기심을 해결하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정상적인 뇌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팀 모리스 교수 연구진이 90년대 아동 건강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교생활과 학업성취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npj Science of Learning'에 발표한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6세 학생들의 경우,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 비해 학교생활을 더 즐겁다고 생각하고, 사회경제적 배경은 학교생활을 즐기는데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6세 때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대답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학생들을 10년간 관찰한 결과입니다. 설문 후 10년이 지난 후 치른 영국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평가 수준의 시험) 시험 결과를 비교해보니, 6세 때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대답한 아이들이 무려 3등급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학교생활이 즐거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당연히 높을 것이라 예상할 수는 있지만, 6살 때 학교생활의 즐거움이 10년 뒤 대학수학능력평가 성적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이는 여러분 자녀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뇌발달 시기에, 스스로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자녀들의 미래에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신 학창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성공은 동기부여가 개인 능력이나 일의 성취도만큼이나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죠. 자녀의 미래를 진정 고민한다면 이번 여름방학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 무엇을 억지로 많이 가르칠까 애쓰기보다는 자녀와 더 많은 시간과 대화를 통해 아이가 학교생활을 즐기면서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주세요. 그럼 먼 훗날 여러분의 자녀들은 '미운 일곱 살'이 아니라 '예쁜 일곱 살'로 기억될 것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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