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 기자의 '지구촌 산책' .5] 시칠리아 타오르미나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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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5 08:05  |  수정 2021-07-05 08:08  |  발행일 2021-07-05 제21면
푸른바다 너머 원색의 꽃…예술인이 사랑한 '작은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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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타오르미나의 주택가. 집집마다 골목마다 원색의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 '꽃동네'를 이루고 있다. 멀리 산 정상 위에 건설된 마을 카스텔몰라도 보인다.

친구나 지인들과 하는 여행이 성공적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함께하는 이들이 서로 호흡이 맞아야 할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일행 중 한 명이 그 여행지에 대해 잘 알고 그곳의 언어를 아는 것, 그리고 행복한 여정이 되도록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19년 6월 하순, 지인들과 함께(일행 4명)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11일 동안 자유 여행한 일을 떠올리며 드는 생각이다. 2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모아 떠났는데, 덕분에 정말 두고두고 즐겁게 추억할 멋진 여행이 되었다.

이탈리아 로마 근교 국제공항 근처에서 1박을 한 뒤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시칠리아로 갔다. 공항에서 렌트한 차를 몰고 타오르미나로 향했다. 덥기는 했지만 날씨는 좋았다. 한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반대쪽에는 관목들이 있는 황량한 분위기의 에트나 화산 산자락 풍경이 펼쳐졌다. 레몬과 올리브밭들도 많이 보였다. 도중에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이탈리아 맥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천천히 타오르미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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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산 먹을거리로 차린 만찬상. 얇게 썬 프로슈토와 멜론이 어우러진 맛이 특히 환상적이었다.

◆한라산을 닮은 에트나 화산

해안가 절벽 자락에 자리한 도시인 타오르미나에 들어섰다. 거리마다 관광객들이 붐볐다. 작은 차가 아니면 교차할 수도 없는 좁은 마을길을 통과해 예약해 둔 민박집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집집 마다 심어놓은 화초들이 마을을 다채로운 색깔의 꽃들로 수놓고 있었다. 마을 아래를 내려다보니 맑고 푸른 바다에 흰 요트와 배들이 그림처럼 한가롭게 떠돌고 있었다. 멀리는 제주도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처럼 우뚝 솟은 에트나 화산(3천329m)이 눈에 들어왔다. 더운 오후에 이런 풍경이 눈에 들어오니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기분이었다.

짐을 풀고 편안한 복장으로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며 야외카페에서 맥주도 즐기다가 민박집으로 돌아와 저녁 만찬상을 함께 차렸다. 타오르미나의 마트에 들러 사 온 음식들이었다. 돼지 뒷다리를 염장하여 건조·숙성시킨 프로슈토를 얇게 썰어 멜론에 얹은 것에다 다양한 치즈와 올리브, 빵, 그리고 와인이 어우러진 상이었다. 유명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음식 못지않게 맛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처음 먹어보는, 멜론과 함께 먹는 프로슈토의 조화로운 맛은 환상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 베란다에 서니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트나 화산의 풍경, 코발트 빛 바다와 정겨운 동네 모습이 눈에 들어와 기분이 더욱 상쾌해졌다. 밤에 펼쳐지는 야경 또한 멋지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3일 동안 같은 민박집에 머물렀다.


시칠리아섬 동쪽 해안가 절벽에 자리
중세 이전의 건축물 즐비 관광객 북적
그리스인 만든 원형극장선 상설 공연
G7 정상회담 개막 콘서트 열리기도

괴테·니체 등 수많은 문호와 예술가들
휴양과 창작열 불태운 지중해의 보석



◆문학·예술가들이 사랑한 지중해의 보석

시칠리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타오르미나는 시칠리아섬 동쪽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지중해(이오니아해)와 접해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 작은 도시는 2천500년 전 그리스인들이 이곳 해발 200m 절벽 비탈에 터를 잡고 살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중심가인 옛 시가지에는 두오모 광장, 성당과 궁전 등 중세 이전에 지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독특한 정취를 자아낸다.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 야외카페 등과 함께 어우러진 이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좀 더 언덕 위로 올라가면 BC 395년에 처음 세웠다는 그리스풍의 원형극장이 나타난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든 이후 로마인들이 증축한 지금의 원형극장은 지름이 100m가 넘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5천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는 이 원형극장은 보존 상태도 좋다. 이곳에 서면 청명한 하늘, 코발트 빛 바다, 연기를 내뿜기도 하는 에트나 화산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풍광을 누리게 된다.

이 극장은 오늘날에도 오페라와 연극, 콘서트를 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매년 타오르미나 영화 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영화제 때면 극장에 스크린이 세워져 영화가 상영된다. 2017년 5월26~27일에는 타오르미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개최됐는데, 당시 이 극장에서 G7 정상회담 개막 콘서트가 정명훈의 지휘로 열리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필하모닉이 푸치니, 베르디, 로시니, 마스카니 등 오페라 곡들로 각국 정상들을 감동하게 했다.

산 쪽으로 한참 더 올라가면 깎아지른 절벽 산꼭대기(해발 500m) 위에 만든, '어금니'라는 뜻을 가진 마을 카스텔몰라가 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정상에는 옛날 포신(砲身)이 놓여있다. 9세기경 이곳을 정복한 아랍 세력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산봉우리에 요새를 지은 것이라고 한다. 중세시대에 로마인들이 사라센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한 도시라고도 한다. 이곳에서 둘러보는 풍광도 각별하다.

3일간 머물면서 옛 건축물들과 다양한 상점, 식당, 정겨운 골목들이 즐비한 움베르토 거리(800m 정도)를 비롯해, 이졸라 벨라 해변, 카스텔몰라, 교외의 아웃렛매장 등을 둘러보며 해수욕도 하고, 보트도 타고,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도 즐기며 보냈다.

경치가 아름답고 연중 기후가 온화한 타오르미나는 언제나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기행'에서 타오르미나를 '작은 천국의 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괴테뿐만 아니다. 니체, 모파상, D.H. 로렌스, 트루먼 카포티 등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타오르미나를 사랑했다. 이곳을 찾아 휴양하며 창작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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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전문기자

타오르미나는 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좋은 기후 덕분에 사시사철 레몬과 부겐빌레아 등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보라색과 붉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부겐빌레아가 특히 많은 것 같았다. 주택가, 레스토랑, 광장 등 어디를 가나 원색의 꽃들이 피어있어 그야말로 꽃동네라고도 할 만했다. 타오르미나의 멋진 풍광과 맛있는 음식을 느긋하게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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